거래소 “자사 거래만으론 손익 계산 한계”…해외거래·온체인 거래 섞이면 더 복잡
당국 “CARF 통해 검증 가능” 설명에도 업계는 “세부 기준부터 필요” 지적
넥스블록은 이번 기획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정책 흐름부터 투자자 신고 문제, 거래소 인프라, 디파이·해외거래소 과세 공백, 시행 전 남은 과제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2편에서는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정말 혼자 신고할 수 있느냐”를 들여다본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은 정해졌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계산이 먼저다. 국내 거래소만 이용한 경우와 해외거래소·개인지갑을 함께 쓴 경우의 신고 부담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2027년 과세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실제로 어디까지 스스로 정리하고 입증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개인 투자자가 알아야 할 과세 구조
현행법상 가상자산 과세는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소득’ 규정에 따라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적용된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소득세법 제14조 제3항 제8호 다목에 따라 분리과세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6년까지 발생한 가상자산 매매차익은 이번 과세 대상이 아니고, 2027년 이후 팔거나 빌려줘서 생긴 소득부터 다음 해 5월 신고 대상이 된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한다고 안내한다.
계산 구조는 겉으로는 단순하다. 1년 동안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대가에서 실제 취득가액(가상자산을 산 가격)과 부대비용(거래 수수료 등 취득·양도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을 빼고, 여기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차감한 뒤 20%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제 부담은 22% 수준이다. 소득금액 계산 방식은 소득세법 제37조와 시행령 제88조 등에 규정돼 있다.
2027년 전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에는 특례가 적용된다. 국세청은 2027년 1월 1일 전에 이미 보유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오래전에 낮은 가격에 산 자산이라도 2026년 말 시가가 더 높다면 이를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법은 정해졌지만 계산은 별개
문제는 법 구조보다 실무다. 세법상 계산식은 적혀 있지만, 실제 투자자들이 그 계산식을 따라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내 거래소 한 곳에서 원화로만 사고판 투자자라면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러 거래소를 함께 쓰는 경우가 흔하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옮겨 거래하거나, 해외거래소에서 다시 사고판 뒤 국내 거래소나 은행 계좌로 옮기는 식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단순 매도가격만이 아니라 어디서 얼마에 샀는지, 언제 옮겼는지, 수수료가 얼마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거래명세서와 거래집계표를 제출받는 체계를 두고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 신고사업자 자료를 전제로 한다. 해외거래소, 개인지갑, 온체인 거래가 섞이면 국내 거래소 자료만으로 전체 손익을 자동 계산하기는 어렵다.
실제 투자자들도 거래내역을 한 번에 통합 관리하기보다 각각 따로 정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는 “국내·해외·개인지갑이든 구분 없이 모두 관리한다”며 “에어드롭류는 기준이 불명확해 내용만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나 메타마스크 전체 거래내역 원본을 세무사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자료는 엑셀로 따로 정리했다”며 “부가가치세 신고를 마쳤고, 종합소득세 신고도 세무사를 통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국내 거래소는 보이는데 해외거래소는?
과세안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국내 거래소와 해외거래소 간 정보 격차다. 국내 거래소에서 발생한 거래는 사업자 자료 제출을 통해 일정 부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해외거래소 거래나 개인지갑 이동, 온체인 거래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투자자와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국내 거래소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자료는 상대적으로 포착 가능성이 높지만, 해외거래소나 개인지갑을 거친 거래는 투자자가 직접 거래 흐름을 정리·소명해야 하는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와 해외거래소 이용자 사이의 신고 부담이 달라질 수 있고, 일부 투자자가 자료 노출 부담이 적은 거래 경로를 선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해외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도 일정 부분 검증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해외 과세자료와 해외 가상자산 신고제,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 체계(CARF)를 통해 해외 거래소 이용, 개인 간 거래, 탈중앙화 거래도 일정 부분 신고와 검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스테이킹·에어드롭 등은 시행령을 통해 국세청장 규율 범위로 위임돼 있으며, 국세청이 관련 고시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현장에서는 아직 세부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가이드가 나온 게 없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당국이 명확하게 기준을 정해줘야 거래소도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할지 지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가 나오지 않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저희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이드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방향을 언급하는 것도 리스크”라며 “명확한 기준과 의견 수렴 절차가 먼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계산해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세금 계산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핵심 변수다. 국내 거래소 내부 거래만 있는 경우라면 거래내역과 수수료 자료 제공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함께 이용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내역과 수수료 자료는 제공 가능하지만, 평균단가와 손익 계산은 타 거래소 거래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해외거래소나 외부 지갑을 함께 사용했다면 해당 취득가액과 거래 흐름을 국내 거래소가 모두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거래소 연계 문제도 남아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거래소의 단순 입출금 자료는 제공 가능하지만, 해외거래소에서 얼마에 취득했는지는 당 거래소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국내 거래소에서 자산을 출금한 뒤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을 거쳐 다시 국내 거래소나 은행 계좌로 회수하더라도, 단순 입출금 차액만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종 입출금 차액 기준으로는 양도차액을 계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 체계(CARF) 역시 실제 신고 단계에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CARF 자료는 개별 거래내역이 아니라 합산자료 형태라 세금 신고에 바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래소 업계는 결국 취득가액 산정 기준과 지갑 이동 처리 방식 등 세부 실무 기준이 먼저 명확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갑 이동이 단순 보관 목적의 이전인지, 실제 거래 과정인지 구분하는 문제도 실무 쟁점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비거주자 원천징수를 위한 양도차액에 단순 입출금 시가 차이도 포함되는지, 양도차액을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거래소가 비거주자 원천징수를 수행하는 게 맞는지 등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래전 매수분은 특례, 이후엔 다시 기록 싸움
오래전에 산 코인의 취득가를 확인하는 문제도 부담 요인이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그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2027년 전에 이미 보유 중인 자산은 2026년 12월 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특례는 과세 시행 전 장기 보유자에게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7년 이후 새로 취득한 자산부터는 다시 매수 시점, 매수가격, 수량, 수수료를 계속 관리해야 한다. 여러 번 나눠 매수한 자산은 평균단가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 거래소를 옮긴 경우에는 이전 내역까지 맞춰봐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관리 부담은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거래내역 정리 방식을 설명한 투자자도 자료 정리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항목으로 “매수·매도 시점”을 꼽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는 취득가액 산정을 들었다. 그는 “취득가액이 애매했다”며 “변동성이 심한 코인의 가격을 정하는 게 상당히 애매하다”고 말했다. 신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취득가액 기준이 더 명확할 필요가 있고, 거래소보다 개인지갑의 손익이 한눈에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세무사 준비도 변수
투자자의 신고 부담을 낮추려면 거래소의 자료 제공 체계도 중요하다. 국내 거래소가 매매 시점, 종목, 수량, 수수료, 평균단가 등을 정리해 제공한다면 국내 거래소만 이용한 투자자는 직접 계산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거래소들이 이용자에게 어느 수준의 세금 계산 자료를 제공할지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무사를 통한 신고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세무업계에서 아직 본격적인 신고 사례는 많지 않은 분위기다. 한 회계사는 “아직 과세 시행 전이라 실제 가상자산 거래내역 정리를 맡아 진행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신고 단계에서는 투자자가 거래소 CSV, 입출금 내역, 지갑 주소, 엑셀 정리본 등을 먼저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내역이 누락돼 있거나 지갑 이동 내역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세무대리인을 이용하더라도 추가 소명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소액 투자자도 피해가기 어려운 신고 부담
신고 부담은 소액 투자자에게도 크게 체감될 수 있다. 세액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관련 자료를 맞추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어서다. 특히 해외거래소를 이용했거나 여러 해에 걸쳐 분할 매수·매도를 반복한 경우에는 납세자가 직접 계산하기보다 세무대리인이나 별도 서비스의 도움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통합해 손익을 계산해주는 민간 서비스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간 서비스가 등장하더라도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계산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취득가액 기준, 지갑 이동 처리 방식, 에어드롭·스테이킹 등 부가 수익의 과세 기준이 정리돼야 투자자와 세무대리인, 거래소 모두 같은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결국 현재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걷느냐”보다 “실제로 계산과 집행이 가능한 구조냐”에 가깝다. 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를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 거래소가 어느 수준까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 납세자가 실제로 스스로 신고 가능한 수준인지가 제도 안착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2027년 시행 시점은 정해졌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말 준비가 끝난 상태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