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틀 자체 바꾸려는 전략 행보 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두 달을 넘어선 가운데 이란이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과 외교 행보를 확대하고 나섰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미국과 협상 때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단순한 외교 접촉을 넘어 중동 전쟁의 협상 틀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주변국 지지를 통해 협상 조건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아라그치 장관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더디게 이어지는 종전 협상의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 수시로 바뀌는 입장, 위협적 언사 사용, 약속의 번복 등 ‘파괴적인 습관’ 등이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란과 러시아의 이번 논의 이후 중동 전쟁의 종전 협상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WP 역시 “이란이 러시아를 통해 외교적 지원을 확보하는 한편, 협상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란과 러시아의 회동에 앞서 일부 중동 언론은 “러시아가 단순 중재를 넘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양자 협상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열세인 이란이 “러시아를 포함해 다자 협상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담 이후에도 다자 협상 체제 구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측이 이란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지지와 중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 같은 행보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외교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러시아보다 앞서 오만과 파키스탄 등을 오가며 종전 협상을 조율하는 ‘전략적 외교’를 벌이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머무르다가 미국과 이란의 2차 회담이 불발된 뒤 러시아를 방문했다. 결국 러시아와의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중동 전쟁의 외교적 해법이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가디언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발언을 바탕으로 “이란이 협상 지연과 의제 설정, 외교적 접촉 확대 등을 통해 반복해서 미국을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