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점포가 1인 가구 주거지 골목상권에 자리 잡으며 ‘싱글 이코노미(1인 가구 경제)’의 핵심 상업 시설로 부상하고 있다. 이용 시간에 제약이 없고 혼자 방문해도 부담이 없어 1인 가구의 주 소비처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서울 자치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선 무인빨래방이 밀집해 주거 필수 인프라 역할도 도맡고 있다. 반면 가족 단위 주거 비중이 큰 지역에선 무인 아이스크림점과 스터디카페가 많아 대조를 이뤘다. 자취생이 많은 서울 서남권은 코인 세탁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학군지인 강남 일대는 스터디카페와 무인 아이스크림점이 불을 밝히고 있는 셈이다.
28일 본지가 서울시 무인점포 현황 데이터(2025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서울 내 무인점포는 총 4251개로 집계됐다. 무인점포가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관악구와 강서구로 나타났다. 관악구가 381개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고 강서구(332개)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도심 권역인 중구(36개)와 종로구(51개)는 소수였다.
실제로 서울연구원 통계(2022년 기준) 분석 결과 서울 내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관악구(13만6000명)였다. 2위는 강서구로 9만4000명 수준이었다. 관악구는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를 중심으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청년 1인 가구가 서울에서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강서구 역시 화곡동 빌라촌과 마곡지구 인근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젊은 직장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다. 두 지역의 특성상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무인 상권이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무인점포는 넓게 보면 서울 시내 상업지역보다 주거지역에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관악·강서·동작 등 서남권 주거 밀집지역에 전체의 약 30.2%에 달하는 1284개의 무인점포가 몰려 있었다. 노원·도봉 등 동북권 주거 벨트에도 978개가 집중돼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종로·중구·용산 등 도심 핵심업무지구(190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주요 상업지구보다는 일반 주거 밀집 지역에서 무인 경제가 더 활성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인점포 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 상권 특성에 따라 주력 업종이 달랐다. 청년 1인 가구가 많은 관악구와 강서구는 전체 무인점포 중 무인빨래방이 각각 163개, 114개로 1위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에 밀집한 소형 다세대 주택과 원룸은 내부 공간이 협소해 대형 세탁기나 건조기를 설치할 물리적 여유가 부족하다. 24시간 언제든 대형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무인빨래방이 주거 단점을 보완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초중고 학생과 수험생 수요가 풍부한 학군지와 대규모 주거 단지에서는 무인스터디카페가 강세를 보였다. 송파구가 134개로 스터디카페 1위를 기록했으며 강남구(96개), 강동구(86개), 노원구(83개) 등에서 스터디카페가 지역 내 무인점포 1위 업종으로 집계됐다.

유동 인구가 풍부한 주요 도심 상권은 거주지와 다른 무인점포 분포를 보였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마포구(51개), 용산구(32개), 종로구(26개) 등에서는 ‘무인사진관’이 지역 내 1위 업종으로 집계됐다. 무인사진관은 서울 전역에 총 374개가 있는데 전체의 약 29%가 홍대(마포구 소재), 익선동과 서촌 등(종로구 소재), 이태원(용산구 소재) 주요 관광지 3곳에 쏠려 있었다.
반면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무인 밀키트 판매점은 서울 전역을 통틀어 129개(전체 무인점포의 3.0%)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이커머스 '새벽배송' 시스템 고도화로 오프라인 판매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은 “임대료가 높고 수요자가 많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무인점포보다 유인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반면 상권 규모가 작고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이라도 상가 공급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무인점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별 무인점포의 규모와 비중은 상권 분석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앞으로 지역별 차별화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