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악재 현장 긴장감 고조, 임금 격차ㆍ中企 기피 부추겨

5월 1일 노동절을 맞는 국내 산업계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우리 경제의 기둥들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음에도, 현장은 축제의 환호 대신 성과급 분배를 둘러싼 날 선 공방만 가득하다.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겨야 할 이날이 대기업 노조의 ‘분배 극대화’ 투쟁과 그 그늘에 가려진 하청 노동자의 소외라는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이중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모순의 장이 되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의 성과급 협상이 노사 간 대결을 넘어 파국을 불사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경쟁적 보상 체계는 갈등의 기폭제가 됐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라는 파격적인 성과급 산정 지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자, 이는 즉각 삼성전자 노조의 보상 심리를 자극하며 거대한 압박으로 전이됐다. 실적에 연동된 합리적 보상을 넘어 ‘남보다 덜 받을 수 없다’는 심리가 보상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며 산업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시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설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세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의 산정 방식을 폐기하고 이익의 일정 비율을 즉각 분배하라는 압박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역대급 실적을 근거로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러한 숫자 싸움은 기업 간 보상 경쟁이 부른 도미노 현상의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하자 이것이 동종업계와 유관 산업 노조에는 새로운 하한선으로 인식됐다는 평가다. 특정 대기업의 파격적인 타결이 산업계 전반의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대기업이 동시에 파업 위기에 직면하는 ‘치킨게임’의 시발점이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권이 강화될 경우 자동차와 조선업처럼 수직 계열화가 뚜렷한 업종은 유례없는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원청 업체가 하청 노동자의 성과급이나 처우까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경영진의 의사결정 속도는 늦어지고 노노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노조가 성과급 극대화에 성공할수록 원청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이는 결국 하청 업체에 지급할 공사 대금이나 납품 단가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아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 노조의 치열한 성과급 투쟁이 중소기업 및 하청 노동자들에게 깊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조 단위’ 성과급을 논의할 때 이들의 성과를 뒷받침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인상안을 두고 사투를 벌인다.
이러한 현상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고착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 노조가 실적의 과실을 독식하려 할수록 상위 10%와 나머지 90% 사이의 임금 격차는 벌어지고, 이는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와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노동절의 본래 취지는 모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지금의 형국은 대기업 노조라는 특권층의 ‘성과 배분 전쟁’으로 변질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는 결국 공급망 전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