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업 통해 경제가치 올리고
혁신성 높여 한국형 모델 거듭나길

우리나라는 지난 60여 년간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룩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장·발전과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기후 위기, 지역 간·계층 간 불균형과 갈등, 양극화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들도 심화되어 왔다.
우리가 마주한 이러한 문제들은 이제 정부의 예산 투입이나 행정적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러한 국가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반 영리기업들도 사업 활동의 결과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되어 사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세계적으로도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는 2015년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로 빈곤, 기아, 건강, 교육, 성평등, 환경, 에너지, 일자리, 산업·혁신, 불평등 완화, 기후변화 대응 등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17개 과제를 제시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 목표는 모든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지만, 특히 사회적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 영역과도 거의 일치한다.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제정하고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및 사회적기업 육성·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4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증 사회적기업은 3746개에 이른다. 이를 ‘사회적 목적 실현 유형’별로 보면, 일자리제공형이 2446개로 가장 많고 (65%), 이어 창의·혁신형(10%), 지역사회공헌형(10%), 사회서비스제공형(9.5%), 혼합형(5%)으로 분포되어 있다.
아울러 ‘사회 서비스 분야’별 현황을 살펴보면 취약계층 지원 등 기타 서비스가 2802개로 가장 큰 비중(56%)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교육(11%), 문화예술(9.5%), 청소(8.4%), 사회복지(4.5), 환경(3.6%), 간병가사지원(2.7%)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 영역과 대비해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분포는 일자리 제공, 취약계층 지원 사회적기업이 많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혁신형 사회적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도 양적 성장을 해왔고, 우리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다변화되어 왔고, 성수동 등을 중심으로 소셜벤처 클러스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여전히 많은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직접적인 인건비 보조금이 끊기면 존립이 위태로운 ‘지원금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 기술력보다는 단순 노동집약적 사업, 보편적 서비스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사회적기업의 사회에 대한 임팩트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한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최근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대폭 확충하면서, 이를 ‘사회적 가치 측정’ 기반의 맞춤형 지원과 협업 촉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즉, 잘하는 기업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대학과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도 사회적 기업가, 사회혁신 인재 양성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의 핵심은 사회적기업과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전문 사회적기업 ‘에이아이웍스(AIWORKX)’는 전체 직원 중 장애인 및 경력 단절 여성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장애인 일자리 창출)와 ‘경제적 가치’(매출 성장)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혁신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하고, 대기업 등 파트너와의 연대와 인프라 공유를 통해 협업 플랫폼 위에서 맞물린다면, 이는 매우 성공적인 한국형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우고 고통을 줄이는 ‘사회혁신가’이며, 대기업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연대를 통해 우리 사회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 주역이자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협업 플랫폼’으로서의 사회적기업 역할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