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상황 속에서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상시화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최고가격제가 가격을 심하게 억누르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우리가 선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전인 올해 2월 27일 대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18%, 25% 상승했다. 반면 미국은 휘발유가 35.6%, 경유가 47.1% 급등하며 한국보다 두 배가량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휘발유는 약 17%, 경유는 30% 이상 올라 한국과 상승률이 비슷하거나 높았으나, 전쟁 전 이미 리터(L)당 3000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양 실장은 덧붙였다.
상승률이 10% 미만인 일본에 대해서는 "전쟁 전부터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투입해 유가를 누르고 있어 심각한 재정 부담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선택한 비상한 조치로, 물가 안정과 취약계층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향후 4차 최고가격 결정 시에는 재정 부담과 함께 일반 소비자가 쓰는 휘발유와 화물차·농업인 등 생계형 소비자가 주로 쓰는 경유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원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진화에 나섰다. 최근 쿠웨이트가 원유 공급과 관련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것에 대해 정부는 물리적 설비 타격이 아닌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선적 지연 등 '계약상 이유'로 파악했다.
양 실장은 "현재 국내 정유사 중 일부만 쿠웨이트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미 호르무즈 해협 상황으로 원유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터라 이번 선언이 당장 국내 수급에 미치는 추가적인 악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 국적 선사가 처음으로 홍해 루트를 통해 원유를 운송하기 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물량 협의까지 더해지면서 가장 메인 리스크였던 물량 확보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를 교훈 삼아 중장기적인 '원유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구체화한다.
양 실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변화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확대를 향후 어떻게 제도화하고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인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중동(미국 등) 원유 도입 시 민간 정유사들의 설비 개선이 필요한 만큼, 정유업계와 논의해 관련 연구개발(R&D) 및 신규 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비중동 원유 도입 시 우려되는 물류비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물류비가 더 드는 것은 사실이나, 중동산 유가 추이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므로 국내 석유 가격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자발적인 상생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확보한 에틸렌 가스 여유 물량 200톤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인근 중소 조선사에 공급하기로 하는 등 다운스트림 산업의 조업 차질도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