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은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확대를 계기로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중소·중견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자금 공급에 실질적으로 관여해온 기관전용 사모펀드(PEF)는 제도상 모험자본 인정 대상에서 빠져있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현장에 자금을 공급해온 민간 자본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들은 그동안 경영권 인수(바이아웃)뿐 아니라 대출성 투자, 구조화 금융, 메자닌 투자 등을 집행해왔다. 자금 조달이 막힌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도 함께 맡아온 셈이다. 특히 은행 대출이나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은 비상장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PEF 자금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자본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는 지난해 자동차 부품업체 기광산업에 35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 거래는 경영권 인수가 아니라 스페셜시추에이션(SS) 펀드를 통한 대출성 투자다. 기광산업은 해당 자금을 신공장 건립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에 생산능력 확대 자금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성장 지원형 투자로 평가된다. 기광산업은 1989년 설립돼 기아자동차 등에 차체용 부품을 공급해온 업체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유진소닉 투자도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스톤브릿지는 라스트마일 물류업체 유진소닉에 총 1000억원 투자를 추진했고, 2023년 지분 인수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는 단순 자금 투입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IT 플랫폼 고도화와 전국 물류망 구축 등 밸류업 작업을 병행한 점에서, 중소 물류기업의 외형 성장과 사업 경쟁력 제고까지 겨냥해 성장자본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화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환경·인프라 기업 이도에 3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 거래는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사전에 정하지 않은 펀드)와 프로젝트펀드(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펀드), 인수금융을 결합한 구조로 구성됐다. 투자 이후 이도는 우량자산 매각과 핵심 사업 중심 재편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재무 부담이 커진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사업 재편을 정상화하는 자금 공급에 가까운 거래로 평가했다.
크레딧 펀드를 앞세운 PEF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사모 크레딧 전략을 운용하는 하우스들은 재무 불확실성에 놓인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전달책 역할을 해왔다.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의 직방 투자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기존 금융권 조달이 경색된 상황에서 PEF가 사실상 브릿지(디딤돌) 자금을 대는 구조다. 이후 직방은 2025년 내부 결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