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의존도 72%의 덫⋯'설비·단가' 장벽에 막힌 대체 수입선 [현실의 벽 갇힌 에너지 공급망]

입력 2026-04-02 17:2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수십조 쏟은 '고도화 설비'의 역설…美 경질유 늘리면 도리어 정제마진 뚝
미주 노선 물류비 폭탄·바이오 납사는 단가 3배…'원가 장벽' 앞 무용지물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정부 지원 정책만으로 불가능⋯기업 결단 중요"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푸자이라(UAE)/AP연합뉴스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푸자이라(UAE)/AP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한국 경제는 요동친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가 70%대에 이르는 구조적 취약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가 가장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민관 협력 없이는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들이 이미 구축한 인프라를 전환·확충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사업성 악화 등 추가 리스크도 수반되기 때문이다.

2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총 원유 수입량 중 중동지역 비중은 71.9%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32.6%)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11.1%), 쿠웨이트(10.5%), 이라크(8.6%) 등 중동 주요국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국에 치명적인 이유다.

정부는 관련 업계와 함께 미주나 아프리카 등에서의 수입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내 정유사들의 특수한 '설비 구조'가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유 공장들은 설립 초기부터 중동산 원유 처리에 최적화돼 설계됐다. 중동산 원유는 황 함량이 높고 점도가 높은 '중질유(고유황유)'가 주를 이뤄 정제 과정이 까다로운 반면 도입 단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정유사들은 수십조원을 투입해 중질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추출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 설비'를 구축해 수익성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중동산 원유에 특화된 설비는 구조적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대체 수입처로 거론되는 미국산 원유는 황 함량이 낮고 가벼운 ‘경질유’가 주류다. 도입 비중을 무작정 늘릴 경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기존 고도화 설비의 가동 효율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지리적 요인에 기인한 물류비 역시 다변화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벽이다. 중동 노선의 경우 한 번에 200만배럴 이상을 선적할 수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활용해 고효율 대량 수송이 가능하다. 반면 미주나 남미 노선은 운송 거리가 절대적으로 긴 데다 파나마 운하 통과 등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이 급증한다. 배럴당 1달러의 차이에도 수천억원의 이익이 좌우되는 정유업계로서는 운송비가 높고 기존 설비와의 정합성마저 떨어지는 비중동산 원유 비중을 선뜻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석유를 대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석유는 단순한 동력원을 넘어 석유화학 등 필수 소재를 만드는 '핵심 자원'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대체할 친환경 원료로 '바이오 나프타(납사)' 등이 거론되지만 기존 화석연료 기반보다 가격이 2~3배 이상 비싸 당장 원가 경쟁이 치열한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하기엔 무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수반되는 공급망 다변화는 정부 차원의 지원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며 "결국 기업들이 (정부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체 수익성과 리스크를 타진해 결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토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5500억 규모 첫 국민성장펀드 수탁은행에 농협은행 선정
  • 휴전 양치기 소년?…전쟁 속 트럼프 '말말말'
  •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단, 작년도 올해도 'KIA 타이거즈' [데이터클립]
  • 트럼프 연설에 무너진 코스피, 5230선 겨우 지켜⋯코스닥 1050선 마감
  • 달 향한 새 역사…아르테미스 2호, 인류 우주탐사 기록 다시 쓴다
  •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상승폭 확대⋯‘외곽 키맞추기’ 계속 [종합]
  • 李대통령, '전쟁 추경' 서둘러야…"민생경제 전시 상황 총력 대응"
  • 나프타 대란에...‘포장재 고비’ 맞은 식품업계 “겨우 2개월 버틸듯”[중동발 원가 쇼크]
  • 오늘의 상승종목

  • 04.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1,442,000
    • -1.25%
    • 이더리움
    • 3,116,000
    • -2.99%
    • 비트코인 캐시
    • 670,500
    • -3.04%
    • 리플
    • 1,975
    • -3.09%
    • 솔라나
    • 119,800
    • -5.45%
    • 에이다
    • 362
    • -3.72%
    • 트론
    • 477
    • +0%
    • 스텔라루멘
    • 249
    • -3.49%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080
    • +3.52%
    • 체인링크
    • 12,970
    • -4.49%
    • 샌드박스
    • 110
    • -5.9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