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대출 40%로 확대·중장년 월세 지원 신설

서울 주택 시장이 유례없는 전월세 매물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흔들리자 서울시가 ‘물량 공급’과 ‘금융 지원’을 양 축으로 하는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놨다. 2031년까지 공공주택 13만가구를 공급하고, 공공주택을 분양받으면 분양가의 20%만 계약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잔금은 최대 20년간 갚아나가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 청년·신혼부부에 쏠렸던 주거 복지 대상도 중장년층까지 대폭 확대한다.
31일 서울시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무주택 시민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동안은 연간 평균 1만가구 조금 넘는 규모를 꾸준히 공급하곘다는 계획이었다면, 이번 계획을 통해 연 2만2000가구 정도를 공급해 2031년까지 1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는 정책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공공주택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2031년까지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민간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오는 공공임대·공공분양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미매각 용지 개발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다.
먼저 장기안심전세 등 기존 방식으로 공공주택 12만3000가구를 신속하게 공급한다. 기존에 추진하던 공공주택 정책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미리내집 9400가구, 장기안심전세 1만2000가구 등 물량이 여기 포함된다.
서울시는 ‘바로내집’을 통해서는 6500가구를 공급한다. 바로내집은 무주택 서울시민의 조기 내 집 마련을 겨냥한 모델이다. 토지는 SH 등 공공이 보유하고 입주자는 임대료만 내는 토지임대부형 6000가구와, 분양가의 20%만 계약금으로 납부한 뒤 입주 후 20년간 낮은 금리로 잔금을 상환하는 할부형 500가구로 구성된다. 당장 오는 12월에 150가구, 내년 4월에 350가구를 모집한다.
다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과거 시행 당시 인기가 저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매우 위태롭고 미래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며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주거 형태에 대해 상당한 선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임대단지의 고밀개발도 병행한다. 가양9-1, 성산, 중계4 등 30년이 넘은 노후 단지 3곳을 재정비해 총 9000가구를 새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4000가구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된다. 선도사업인 상계마들과 하계5단지 1700가구는 전량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며 2030년 입주가 목표다.

금융 지원 문턱은 낮아지고 대상은 넓어진다. ‘장기안심주택’의 무이자 대출 범위는 보증금의 30%(최대 6000만원)에서 40%(최대 7000만원)로 상향됐다. 특히 지원 대상을 청년·신혼부부에서 저소득 중장년층까지 확대했다.
그간 정책 소외 계층으로 꼽혔던 만 40~64세 중장년 무주택자를 위한 대책도 신설됐다. 중위소득 100% 이하 5000명에게 월 20만원씩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고, 2년 후 1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목돈마련 매칭통장’을 운영한다. 계약갱신요구권 만료 후 주거 이동이 필요한 임차인에게는 최대 3억 원을 연 3% 저리로 대출해 주는 한시적 지원책도 마련했다.
당장 시급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운영 방식도 뜯어고친다. 서울시는 공공임대 공실을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바로입주제’를 시행한다. 사전에 예비입주자를 일괄 선발해 빈집 발생 시 즉시 입주하게 함으로써 입주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시기 관리도 강화한다. 기존 2000가구 초과 사업지에서만 조정하던 이주 시기를 1000가구 초과 사업지까지 확대해 인근 지역의 전세 품귀 현상을 막기로 했다.
수요자들이 올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대출 이자 지원이나 월세 주거비 보조라든지 그런 부분은 당장 올해 안에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원에 대해서는 2031년까지 총 3조86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주택사업특별회계 등 예산과 주택진흥기금 등 기금, 공공분양 매각 수익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면서 매물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시적인 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후속 보유세 증가 대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아마 상반기 전후에 정책 효과가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급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의지가 확인되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 예측되는 순간 가파르게 오르던 그래프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저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