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와 혈관뇌장벽(BBB) 투과 기술을 축으로 한 ‘뇌 미래산업’ 육성에 본격 착수했다. 단순 연구개발을 넘어 임상과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현장에서는 연구 속도를 높이고 기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뇌 미래산업 국가 R&D 전략’을 발표하고 BCI를 국가 전략기술로 육성하는 ‘K-문샷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BCI는 뇌 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컴퓨터나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로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감각을 복원하는 데 활용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뉴럴링크는 ‘텔레파시’ 칩을 척수손상 환자의 뇌에 이식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임상에 성공했으며 중국은 이달 13일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침습형 BCI 의료기기 시판을 승인했다.
정부는 이를 단순 의료기술이 아닌 산업 플랫폼으로 판단하고 사지마비 극복, 감각 복원, 웨어러블 로봇, VR·AR, 국방 등 7대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한다. 침습형(뇌 이식)과 비침습형(웨어러블) 기술을 병행해 의료 분야에서는 척수손상·시각장애 등 난치질환 중심의 임상 성과를 확보하고 산업 분야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방위 산업 등에서 조기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이를 위해 산학연병 협력체인 ‘BCI 얼라이언스’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브레인 링크 이니셔티브(가칭)’를 2027년부터 추진하기 위한 신규 사업을 기획 중이다. 뇌과학 융합기술 개발에는 약 4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침습형 BCI를 연구 중인 김병관 지브레인 대표는 “국가 차원에서 BC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기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CI와 함께 이번 전략의 또 다른 축은 뇌 신경계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다. 핵심은 BBB 투과 기술이다. BBB는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장벽으로 대부분의 약물이 뇌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로, 치매와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신약 개발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정부는 BBB를 극복하는 ‘BBB 셔틀’ 개념의 약물 전달 기술을 핵심 플랫폼으로 설정했다. BBB를 통과해 약물을 뇌로 전달할 수 있게 되면 CNS 치료제 개발의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이번 전략에서는 BBB 투과 기술을 비롯해 뇌 오가노이드, 리보핵산(RNA) 치료제,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등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 개별 신약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을 확보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BCI와 BBB 기술이 각각 연결과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뇌 산업의 핵심 축을 형성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BCI가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라면, BBB 셔틀은 뇌 질환 치료의 병목을 해소하는 기술이란 것이다.
뇌질환 개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뇌질환 분야 연구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관련 바이오 기업도 많지 않았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되면 신규 기업 진입이 늘고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특정 모달리티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뇌질환 분야로 연구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