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너: 그녀들의 법정’은 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맡는 로펌 L&J 변호사들이 거대한 권력형 스캔들과 20년 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법정극이다. 이나영(윤라영 역), 정은채(강신재 역), 이청아(황현진 역)가 각각 셀럽형·전략형·행동파 변호사로 등장해 여성 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서사 전개의 핵심 포인트는 세 여성 변호사의 연대다. 윤라영, 강신재, 황현진은 완전히 다른 성격과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팀으로 귀결되는 ‘20년 지기’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이청아는 이 독특한 삼각 구도가 작품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제가 문 닫고 캐스팅이 됐거든요. 앞선 두 배우를 보고 이 세 명의 궁합이 나쁘지 않겠다 싶었고, 각자의 스토리가 다 있으면서 결국에는 저희가 하나로 보이는 스토리 구조가 재밌게 느껴졌어요. 셋이 함께 있으면 각각 너무 다른데, 따로 놓고 보면 ‘쟤네 느낌이 비슷해’라고 말할 수 있는 조합인 거죠.”

함께 붙는 촬영이 길게 이어질 때마다 세 배우의 관계는 더 자연스럽게 무르익었다. 이청아는 이나영의 털털함과 정은채의 사랑스러움을 언급하며 웃었다. “나영 언니는 형 같은 매력이 있어요. 되게 도회적으로 보이는데 사실 속 좋은 삼촌 같은 느낌이랄까요. 은채 씨는 너무 사랑스러운 막내 이미지가 있고요. 셋이 붙어 있으면 나영 언니는 슬쩍 도망가고, 그러면 저희는 (언니 있는 곳으로) 따라가고 그런 식이었어요.”
흥미로운 건 칭찬 방식이었다. 셋 다 상대를 향한 칭찬은 많지만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잘 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제3자에게 끊임없이 상대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저희 서로 칭찬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웃긴 게, 그 사람한테는 안 하고 다른 사람한테 해요. 나영 언니가 없으면 둘이서 언니 얘기하고, 제가 없으면 또 제 얘기하고. 그래서 서로는 몰라요. 서로 남 칭찬한 것만 쌓여 있는 거죠. 그런데 꼭 직접 들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세 사람의 관계를 두고 생겨날 법한 ‘여배우들끼리의 기싸움’ 같은 편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각자의 태도와 매너라고 했다. “저는 그 편견을 잘 모르겠어요. 기싸움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선후배 사이에서도 연기로 맞붙는 긴장감이 있는 거죠. 소위 상상하시는 그런 식의 ‘여자들끼리 기가 세다’는 건 저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런 건 서로 성향이 안 맞거나 매너를 지키지 않을 때 오는 불편함인 거죠.”

일부 시청자들이 결말을 두고 “조금 더 속 시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속 시원함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더 통쾌한 결말을 바라셨던 분들은 아쉬울 수도 있죠. 그런데 저는 저희 셋이 돌담길을 걸으며 웃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어요. 라영이가 웃는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처럼 느껴졌거든요.”
이청아는 현진과 현진의 남편 선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봤다. 자신은 아직 결혼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부부 간의 신뢰와 연대를 모르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으며 이해하려 했다고 전했다. 특히 선규라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현진 역시 더 입체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현진이라는 인물이 시청자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선규라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을 가장 믿어주는 존재였으니까요. 누구라도 미워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 사람이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설정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아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남는 키워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 ‘아너’는 그게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저에게는 어떤 부분에서는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늘 두려움을 혼자 극복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여러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걸 드러내는 것 자체가 더 강함일 수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황현진은 자주 흔들렸고, 자주 다쳤고, 자주 울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인물을 지나온 이청아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강한 척 버티는 것만이 강함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연약함을 드러내는 쪽이 더 용기 있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아너’를 통해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