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은 최근 PEF 규제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F의 책임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과도한 차입에 대한 공시, 준법감시인 선임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된다. 지난 1월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PEF 대표이사(CEO)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금감원장이 PEF 대표들과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제도권 금융의 주변부에 있던 PEF를 본격 감독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문제는 PEF 규제의 방향이다. 현재 논의는 국내 PEF 업계 전반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접근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PEF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PEF라도 국민연금·공제회 등 국내 출자자(LP) 자금을 받아 굴리는 곳과, 해외 자본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곳은 성격이 다르다. 실제 앞서 금감원이 직접 선정한 '금감원장-PEF 운용사 간담회' 참석 운용사들의 90% 이상은 국내 LP 자금을 굴리는 곳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불러 모은 대상부터 국내 자본 기반 운용사들이었다면, 현재 규제 논의의 대상 설정이 맞는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내 LP 자금을 기반으로 한 운용사는 투자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다음 펀드 결성 때 바로 출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국의 제재 이전에 시장 내부의 평가가 먼저 작동하는 구조다.
반면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PEF라는 형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기보다, 해외 자본을 기반으로 한 투자 구조가 국내 시장과 충돌하면서 증폭된 측면이 크다. 해외 자본이 국내 자산을 인수한 뒤 회수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그 여파가 고용이나 산업 기반 문제로 번지는 경우다. 그렇다면 규제의 초점도 업계 전체를 일률적으로 묶는 데 있기보다, 해외 자본이 국내 핵심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가장 손쉬운 대상인 국내 운용사들을 더 옥죄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MBK파트너스로 시선이 뺏긴 사이, 국내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주요 인프라와 산업 자산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KR-SK이터닉스, 스웨덴계 EQT파트너스-SK쉴더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롯데렌탈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산업의 미래 가치와 연결된 자산을 둘러싼 경쟁이 이미 글로벌 자본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의 무게가 국내 LP 기반 운용사들에 집중된다면 경쟁의 균형은 더 기울 수밖에 없다. 자본력과 네트워크, 네임밸류(인지도)에서 앞선 해외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운용사(GP)들에 제도 부담까지 더해지면, 역차별만 심해질 뿐이다.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규제는 정밀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건 하나를 계기로 국내 PEF 전반에 촘촘한 규제를 덧씌우는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사모펀드 규제 논의는 ‘누가 운용하느냐’보다 ‘어떤 자본이 들어와 무엇을 사들이느냐’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칼을 빼 들었다면, 이제는 제대로 겨눌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