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까지 랠리 예상했는데…IPO 전략 차질
VC 업계 "꽃길에 방지턱 걸린 느낌…폭락 예상 못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벤처캐피탈(VC) 업계도 시름이 깊어졌다. 올해 들어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하며 기업공개(IPO) 시장 회복 기대가 커졌지만, 돌발 변수에 회수 전략 전반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5일 한국거래소 따르면 지난 2거래일 동안 코스피 지수는 18.4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17.97%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말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후 국내 증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증시 폭락으로 VC 업계의 주름살이 깊어졌다. VC업계는 올해 회수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금리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펀드 만기 부담이 커졌지만, 올 들어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상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기술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다수의 VC들이 포트폴리오 기업 상장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한 중형 VC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은 사실상 보류 분위기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일정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며 "특히, AI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증시 급락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공모주 시장은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인 만큼, 변동성이 커지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 역시 공모가 산정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VC 관계자는 "많은 VC들이 올해 안에 상장시킬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밀어 넣으려는 기조가 강했다"며 "공모가를 욕심내기보다 일단 상장에 성공시켜 어느 정도 회수율을 높이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증시가 갑자기 폭락하면서 이마저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초봄, 초여름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가을이 온 것 같다"며 "지방선거 전까지는 증시 활황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단기 이벤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쟁이 장기간으로 번지지 않으면,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VC 운용역은 "중동 리스크가 확전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증시도 일정 부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건은 변동성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라고 말했다.
VC업계는 당분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상장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VC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오랜만에 '꽃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쟁 변수로 길 한복판에 방지턱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히 길이 막힌 것은 아니지만,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시장의 회복력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