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기교육의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숫자 하나로 찔러 넣는 선전포고였다. "임태희 교육감이 운전면허 취득비에 쓴 370억원, 저는 고등학생 교육기본소득에 쓰겠습니다." 같은 돈, 다른 철학이 한 문장이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이었다.
유은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는 3일 '아이의 하루부터 바꾸는 경기교육'을 내세우며 초등책임교육 강화, 친환경급식 100% 전환, 공공돌봄 확대, 고교교육 기본소득 도입 등 '아이의 하루 4대 핵심약속'을 발표했다. 비전은 '경기교육, 다시 기본으로! 학생이 숨 쉬는 학교'다.
공약의 첫 번째 날은 교실을 향한다. 초등 1~2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수준으로 적정화해 교사의 시선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온전히 닿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학교에는 전문 교사와 협력 강사를 배치하고, 복지사·상담사·퇴직교원이 협력하는 '학교 안 학교'를 설치해 사회정서 학습과 심리·정서 지원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교실 한 칸의 밀도를 바꾸는 일이 경기교육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선언이다.
두 번째 날은 급식판을 뒤집는다. 현재 경기도 학교급식 친환경 식자재 사용 비율은 60% 내외다. 유 예비후보는 이를 임기 내 100%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급식은 복지이자 교육"이라는 원칙 아래 학생 건강권 강화와 생태전환 교육을 한 그릇에 담겠다는 구상이다. 수치로 현실을 직시하고 수치로 목표를 제시한 공약이다.
세 번째 날은 돌봄의 문턱을 낮춘다. 나이와 이용시간 기준을 완화하고 거점돌봄시설을 확대해 어디서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설기준·프로그램·교사 처우를 상향 평준화해 기관 선택에 따른 돌봄 격차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어떤 기관을 선택하든 아이가 받는 돌봄의 질이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네 번째 날이 가장 날카롭다. 경기도 고등학생 전원에게 연 10만원의 교육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다. 독서·문화·예술·체육 활동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며 연간 소요 예산은 약 370억원. 유 예비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금액은 임태희 교육감이 추진했던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예산과 같은 규모"라고 못을 박았다. 숫자가 같다는 사실이 메시지를 완성했다. 같은 돈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 그것이 교육감의 철학이라는 직격이었다. 현직 교육감을 예산 숫자로 정조준한 이 대목은 경기교육감 경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예비후보는 공약 실행의 토대로 '경기 적정 교육재정 기준' 수립을 전면에 내세웠다.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일몰, 국세·지방세 비율조정, 재정안정화 기금 고갈 등으로 교육재정이 이중삼중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최장수 교육부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및 타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이력을 재정 협상력으로 직결시킨 이 발언은 단순한 경력 소개가 아니다. '현장 교육감'이 아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교육감'이라는 차별화 전략이다.
유은혜 예비후보는 "가정환경과 거주지역이 돌봄과 배움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는 교육을 만들겠다"며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