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철강·배터리는 품목관세...당장 직접적 영향은 없을 듯
진짜 위기는 짙어진 통상정책 불확실성
대체 법안 우려 속 기업들 "장기 의사결정 비상"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15%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10% 보편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 철강과 배터리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직접적인 타격이나 변화는 없지만, 향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한 추가 관세 10%가 미국 동부시간 오는 24일 자정 1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포고령을 통해 “150일 동안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 1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한 이후 추진된 대체 관세 성격의 조치다.
철강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을 가로막고 있는 진짜 장벽은 IEEPA가 아니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철강 및 알루미늄 쿼터를 폐지하고 모두 25% 관세로 통일했다가, 6월 4일 이를 50%로 인상했다.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산 철강과 가전의 대미 수출이 지난해 8~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품목별 관세는 기존과 같이 50% 유지되고 있어 금번 발표에 따른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상황은 지속 모니터링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업계 역시 영향이 제한적이다. 배터리의 경우 자동차 부품으로 분류돼 철강과 마찬가지로 품목 관세를 적용 받고 있다. 일부 배터리 소재, 부품만이 연관성이 있는데 이 역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만든 이차전지용 양극재 미국 수출물량에 지금까지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돼왔다. 그런데 상호관세가 폐지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 10% 관세를 공통적으로 물리게 되면 관세 부과율이 5% 줄게 된다.
진짜 위기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10% 보편관세 부과가 15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되지만, 의회 승인을 받아 기한 연장을 하거나 일시적 중단 후 122조를 재시행하는 등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추후 무역확장법 301조를 활용하기 위한 조사 절차에도 착수했다. 301조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시행하는 조항으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중국에 이를 근거로 2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가장 어려워한다. 관세 부과율에 맞춰 정한 공급망, 비용, 판매가격 등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며 "미국 통상 정책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적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당분간은 글로벌 생산 기지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스윙(Swing) 생산 체계 가동 방식 등으로 불확실한 통상환경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