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표준 준수 통한 경쟁력 강화 급선무
‘갈라파고스 규제’ 전락 우려도

국내 지속가능성(ESG) 공시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일부 부처가 정책 지표를 공시 기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공시의 성격을 둘러싼 전문가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ESG 공시의 지향점을 국제 표준에 맞춘 ‘투자 정보’로 볼 것인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책 지표 반영에 우호적인 쪽은 공시가 기업의 재무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현 정부는 안전과 환경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공시를 통해 시장의 평가와 재무적 압박이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기조가 분명하다”며 “산업재해나 환경 리스크를 핵심 지표로 관리하게 만드는 공시 체계는 기업의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이미 산업재해 등을 중점 관리 항목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와 시장의 이러한 흐름을 공시 기준에 반영하는 것이 실질적인 국제 정합성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실무 현장에서도 정책 지표 도입의 실용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의 한 ESG 담당자는 “글로벌 기준 준수라는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공신력 있는 국내 정책 지표를 활용하면 산업재해나 장애인 고용 등에서 데이터 산정의 정확도와 행정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와 법조계는 공시 기준이 정부 정책의 집행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정준희 대구대학교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 제공이 본질”이라며 “부처별 정책 지표는 관리·감독 성격이 강해 공시의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가 주 이용자인 채널에 성격이 다른 정보를 과도하게 담을 경우 공시의 신뢰도와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의 출발점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며 “정책 목적 달성이 필요하다면 공시 기준이 아니라 해당 부처의 법령이나 제도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법적 정합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개 초안 이후 약 2년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특정 부처의 개별 지표를 반영하기보다 기후 공시를 중심으로 국제 표준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