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먹는 애물단지 ‘십 원짜리 동전’

입력 2009-09-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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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명당 166개 소유… 화폐발행 규모는 연 30억원

십 원짜리 동전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 발행된 십원짜리 동전은 저금통이나 냉장고 혹은 집안 구석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고 새로 바뀐 십원은 아예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000만 명을 기준으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십원짜리 동전을 계산하면 우리국민 한 명당 166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과거 발행된 십원은 한 명당 150개, 일반 십원은 16개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전체 화폐발행 규모로 환산하면 연 3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발행규모는 매년 증가하지만, 제 때 회수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더 이상 십 원짜리 동전을 돈으로서의 가치로 보지 않고 않아 재사용을 하지 않고 있고, 또 대다수의 사람들은 길거리에 내버리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

이 때문에 집안 구석과 도로나 길거리 어딘가에 깊은 잠을 자고 있는 휴먼동전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매 년 십원짜리 동전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은행이나 대형마트, 그 외 슈퍼 등에서는 꾸준한 수요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식품업계와 대형마트 등에서 요구해 발행 규모가 매년 30억원에서 35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올해는 30억원, 작년에는 25억원 상당의 동전이 시중에 풀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곳에서는 계속 수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 때 회수가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매년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집안에 잠자고 있거나 길거리에 버려진 동전을 다시 모은다면 수억 원의 국민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십원짜리 동전이 제 때 회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시중에 십원 단위의 물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십 원짜리는 공중전화나 껌, 자판기 등에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아예 사라졌거나 오십원에서 백원단위로 바뀌었다”며 “결과적으로 십 원짜리 동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신용카드 이용으로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동전을 사용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로 바뀌게 된 것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호주머니에 동전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굳이 현금이 없어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음식을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 그만큼 동전의 가치도 하락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전으로 물품을 사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로 바뀐 것도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 된다”며 “30~40대 남녀가 십원짜리로 물건을 구입하려고 하면 수치심 때문에 마트나, 편의점 직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휴먼 동전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도 슬쩍 고개를 들고 있다.

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단위를 ‘100분의 1’ 또는 ‘10분의 1’ 등 일정한 비율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현재의 1만원을 100원으로, 1000원을 10원으로 바꾸는 것. 흔히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혼란을 피하기 위해 화폐단위 자체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지난 1953년에는 기존 100원을 신권 1환으로, 62년에는 구권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바 있다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는 배경으로는 인플레 기대심리 억제, 자국 화폐의 대외적 위상 제고, 경제적 효율성 증대 등이 꼽힌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한 새로운 화폐 제조비용, 신-구 화폐의 교환 및 컴퓨터 시스템 등의 교환 등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 잔해가 여전히 남아있는 지금 시점에 디노미네이션까지 단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최저단위 지폐 가치의 하락은 물가 급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금 10원 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노미네이션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고액권이 좀 더 활성화 되고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모든 동전들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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