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확대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일부 지역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 혼선이 커지고 있다. 규제를 강화했다가 다시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반복되면서, 수요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15 대책이 본격화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7570건으로 전월(1만5531건) 대비 51.3% 급감했다. 수도권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2만2697건으로 전월(3만9644건)보다 30.1% 줄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4395건으로 한 달 새 60.2% 감소했다. 강도 높은 규제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며 매물이 잠기고 거래가 급속히 얼어붙은 것이다.
거래는 급감했지만 주요 지역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송파구에서는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가 연말 42억2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10㎡(35억1500만 원)와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34억9000만 원)도 최근 최고가에 손바뀜했다. 강남권에서는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가 지난달 19일 42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두 번째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성동구에서는 센트라스 전용 84㎡가 지난달 9일 24억3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여당에서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토허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조정하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소속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황희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보통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에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토허구역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기존에 살던 도시에서 계속 세금을 내고 있는데 토허구역으로 묶는 것은 과도하게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잇따라 언급되면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강동을 제외한 지역이 순차적으로 해제될 것이라는 이른바 ‘지라시(정보지)’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다만 정부는 최근 별다른 신호 없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제 압박이 거세지만, 섣불리 규제를 풀 경우 정책 신뢰성이 훼손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제를 해제했다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34일 만에 강남 3구와 용산구까지 구역을 확대 지정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일부 완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풍선효과 우려로 해제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규제 강화와 완화가 반복될 경우 거래 왜곡과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이 여전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토허제를 풀 경우 나타날 부작용은 이미 과거 사례를 통해 확인된 만큼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과도하게 지정된 지역이 있다면 조정할 필요는 있으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시장 상황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