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훈 차관 "자살 예방, 사회적 감수성 높여야" [나를 찾아줘]

입력 2025-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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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바우처, 진료 전 단계에서 문제 극복 지원⋯"청소년 맞춤형 대책 마련도 고민"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2024년 자살 사망자는 1만4872명,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다. 2011년 31.7명 이후 가장 높은 숫자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1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차관은 자살률 증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 거리두기에 따른 고립과 내수경기 부진, 잇따른 유명인 자살에 따른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는 “올해 9월까지 잠정치로는 자살 사망자가 작년 동기보다 800명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는 1만3000명대로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줄어야 한다. 조만간 자살대책본부가 발족할 것인데, 범정부적 노력으로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IAPT, 한국형 ‘심리상담 바우처’로 재탄생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옛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추진한 건 올해부터다. 시행 초 정치적 논란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사실 이 사업은 10여 년 전부터 검토됐다. 이 차관은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인의 정신건강 수준’ 보고서에서 한국에 시급한 대책으로 약물치료 이전 단계의 심리상담 프로그램 도입을 권고했다”며 “당시에는 제반 여건상 도입하지 못했으나, 이번에 영국 모델인 ‘IAPT(Talking Therapy)’를 벤치마킹해 권고를 이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리상담 바우처는 우울·불안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전문 상담을 지원해 병원 진료 전 단계에서 문제를 극복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정신과 진료보다 진입 문턱이 낮아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장점이다. 상담만으로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고, 해소되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차관은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 심리학회, 상담학회 등에서도 참여했다”며 “여러 의견을 반영해 어려움 정도가 심해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담을 중단하고 의료기관으로 보내거나, 상담·치료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일 사업으로는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게 청소년 자살이다. 이 차관은 “10대는 자살률과 우울감 경험 빈도가 모두 높다. 늘 경쟁에 노출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길러주는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심리 부검 활성화를 통한 청소년 자살 원인 분석과 맞춤형 대책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자살 예방, 집중관리·선제대응 ‘투트랙’ 추진

뉴미디어의 영향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그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자살예방 보도준칙”으로 강화해 언론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전통 매체와 달리 뉴미디어는 개인 단위의 자율적 콘텐츠 생산과 빠른 확산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상 일관된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거나 대응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사업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유해 콘텐츠 삭제·자정을 유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자살 예방정책을 ‘고위험군 집중관리’와 ‘분야별 선제대응’으로 나누어 추진한다.

고위험군 집중관리는 복지부가 전담한다. 이 차관은 “자살 시도자와 유족은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초고위험군”이라며 “응급실 사후상담, 자살예방센터 연계 등으로 밀착 관리해 재시도를 막는 것이 자살 사망자 감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분야별 선제대응은 대상군별 특성에 따라 각 정부부처가 역할을 나눈다. 이 차관은 “지금도 다중 채무자는 금융위원회, 감정노동자는 고용노동부, 군 장병은 국방부 등 각 부처가 소관 분야별로 특수한 스트레스와 위기 상황을 발굴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자살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공감 문화’를 꼽았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분들을 보면, 그들만의 신호가 있다. 그런데, 주변에선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작은 신호를 감지해 지지하는 ‘보고, 듣고, 말하기’가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협회나 학회 차원에서 하는 자살 예방교육도 이런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사회적으로 주변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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