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싸게 팔지 말라” 대통령 지시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속도 빨간불 켜지나[르포]

입력 2025-12-17 17: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공식 했지만 현장은 조용…국유지 매각 규제에 사업 변수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모습. 인적 없이 적막한 모습이다. (정유정 기자 @oiljung)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모습. 인적 없이 적막한 모습이다. (정유정 기자 @oiljung)

17일 오전 용산역 앞 3번 출구로 나오자 차갑게 가라앉은 공기가 느껴졌다. 한강로3가 40-1일대는 서울시가 국제업무지구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만 간혹 들릴 뿐 적막한 분위기였다. 주변 공인중개소 사무소는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어야 할 자리 곳곳이 비어있는 등 대부분 썰렁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는 용산 정비창 일대를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을 열었다. 해당 사업은 용산 정비창 일대 45만6099㎡에 랜드마크 오피스, 컨벤션센터, 국제전시장·공연장 등을 세우는 대형사업이다. 총 51조 원 가량이 투입된다.

그런데 현장에선 사업이 잘 진행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공공 자산의 '헐값' 매각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이에 따라 15일 기획재정부는 '정부 자산 매각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는데, 내용을 보면 앞으로 정부는 300억 원 이상의 국유 재산을 팔 때 국회에 미리 보고해야 하고 감정 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에 국유 재산을 매각하는 일도 어려워지게 됐다.

이 영향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업은 민간에 국유지를 매각한 돈으로 공공 부문이 개발 자금을 대야 하는데, 매각이 까다로워지면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지 인근 부동산 모습.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 곳곳이 비어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지 인근 부동산 모습.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 곳곳이 비어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이 일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 씨는 “분명 지난달 말 기공식을 했는데 공사를 시작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 트럭 한 대 지나가는 것을 못 봤다”라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개발 일정이 또 늦춰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07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최대 개발 사업이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여파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2013년 좌초했다. 이후 10여 년 만에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투자를 고민하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 씨는 “최근 투자자들 문의가 별로 없다. 대통령의 '국유 재산 헐값 매각 논란' 발언과 관련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출 규제랑 맞물리면서 매물도 별로 없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앞 모습. (정유정 기자 @oiljung)
▲17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부지 앞 모습. (정유정 기자 @oiljung)

다만 용산정비창 일대 개발이 10여 년 전부터 추진돼온 만큼 개발이 아예 좌초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기대감도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공인중개사 C 씨는 “이미 18년 전부터 이 재개발 사업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사업을 완전히 접긴 어려울 거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주민들은 용산 도시재생혁신지구 복합시설과 원효로3가 등 재개발 사업들로 작년부터 주변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발 지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은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1970년 준공된 이촌동 중산1차시범아파트의 경우 전용 59㎡는 지난 8월 10억6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썼다. 현재 같은 면적 매물이 15억 원에 올라와 있다. 해당 아파트는 건물만 주민 소유고 땅은 시유지인 토지임대부주택이다.

서울시 등 관계기관 또한 이 일대 토지 분양 관련 일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지난 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홍보관 건설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되는지 관리하는 건설사업 관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달 말에는 홍보관 건설을 위한 공사 용역을 발주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사가 계약 관련 문서를 보내주면 검토하고 기획재정부의 향후 방침에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환율 1480원 뚫고 숨고르기… 외환스와프 카드 가동
  • 서울 주택 공시가 4.5%↑…강남·마용성 세 부담 늘듯
  • '쌍란' 달걀의 진짜 정체 [에그리씽]
  • 키, '박나래 주사 이모' 논란에 결국⋯"집에서 진료받은 적 있어, 깊이 반성"
  • 구조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누구?
  • 최강록 "거봐, 조리길 잘했지"…'흑백요리사2' 유행어 벌써 시작?
  • AI기술ㆍ인재 갖춘 印…글로벌 자본 몰린다 [넥스트 인디아 上-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2.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268,000
    • -1.81%
    • 이더리움
    • 4,214,000
    • -4.05%
    • 비트코인 캐시
    • 815,500
    • -0.79%
    • 리플
    • 2,776
    • -3.51%
    • 솔라나
    • 182,400
    • -4.3%
    • 에이다
    • 549
    • -5.18%
    • 트론
    • 418
    • +0%
    • 스텔라루멘
    • 314
    • -4.85%
    • 비트코인에스브이
    • 26,400
    • -4.86%
    • 체인링크
    • 18,240
    • -5.39%
    • 샌드박스
    • 171
    • -6.0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