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대규모 회원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며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영업정지’와 ‘최대 1조 원대 과징금’이라는 초강수 제재까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노동자 사망과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맞물리면서 쿠팡을 향한 비판과 규제 기류가 급격히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 핵심 자산인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하게 여기는 잘못된 관행, 인식 역시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고객 계정 관리와 후속 조치 등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최대 1조 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필요하다면 영업정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쿠팡의 실질적 오너이지만 침묵 중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킹에 따른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해킹 영업정지’ 제재 논의가 가능하냐는 질의에 “적극 논의하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연내 2차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도 높게 비판에 나서는 것은 기업의 보안 문제를 넘어 전 국민의 안전과 정보 주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잇따라 플랫폼, 금융, 공공, 통신사를 막론하고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보안 제도를 마련해 데이터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AI 시대의 보안 사고는 그 파급력이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알파고처럼 해킹 또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코딩 AI가 해킹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는데, 조금 더 고도화되면 사람의 개입없이 AI에이전트가 해킹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AI 해킹 분야는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결국 사람이 막는 수준을 넘어서 AI가 공격하고 AI가 방어하는 모습으로 흘러 갈 것이며 피해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AI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킹 범죄를 막아낼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요구된다. 최 교수는 이어 “영리 기업의 경우 한정된 비용을 AI 성능과 AI 안전에 있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AI 성능 쪽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성능과 안전에서 오는 괴리로 이번 사태와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면서 “이러한 시스템을 민간에 맡기면 (해킹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