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시뮬레이션까지 등장…세운 4구역 재개발 어쩌다가 [개발과 보존, 공존의 엇박자 ③]

입력 2025-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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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바라본 모습과 국가유산청의 개발 후 시뮬레이션 이미지. ( 신태현 기자 holjjak@, 국가유산청)
▲(왼쪽부터)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바라본 모습과 국가유산청의 개발 후 시뮬레이션 이미지. ( 신태현 기자 holjjak@, 국가유산청)

종묘 앞 세운 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충돌은 3D 시뮬레이션을 공개하는 데까지 번졌다. '누구 말이 맞는지 한번 보라'는 듯 각자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강하게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두 기관 모두 종묘 정전 상월대에서 바라본 전경을 구현했으나 결과는 주장만큼이나 크게 다르다.

24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종묘 맞은편에 최고 높이 145m의 고층 건물이 들어섰을 때의 가상 모습을 공개하며 고층 빌딩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층 건물로 종묘의 시야 축과 경관 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국가유산청이 내놓은 이미지를 보면 종묘보다는 우뚝 솟은 건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반대로 서울시는 종묘의 중심 시야 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맞선다. 정전 상월대에서 정면을 바라볼 때 가운데 남산타워가 보이고 세운지구는 왼쪽에 있어 경관에 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사진을 보면 고층 빌딩이 크게 눈을 잡아끌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양쪽으로 나뉜다. 한 건축가는 "경관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한 부분도 있고 종묘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일부 가려진다는 이유로 개발을 중단해야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고 지나치다"며 "주변에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고 종묘의 본질적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다른 건축가는 "시야 침해의 정도를 떠나 경관이 기존과 달라진다는 것이 훼손을 의미한다"며 "건축물의 가치와 의미는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특히 종묘와 같은 문화유산은 더욱 그렇다는 점에서 인근 개발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바라본 모습과 서울시의 개발 후시뮬레이션 이미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시)
▲(왼쪽부터)종묘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지를 바라본 모습과 서울시의 개발 후시뮬레이션 이미지.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시)

이번 충돌은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지 못한 과정에서 축적된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운4구역은 20여 년 전인 2004년 2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첫발을 뗐다. 2007년 촉진계획이 결정됐고 2009년 4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으나 그 뒤로 10년 가까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가 바로 앞에 있어서다. 세운4구역은 2009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3차례에 걸쳐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당초 122m였던 건물 높이가 종로 변(종묘 근처)은 55m, 청계천 변은 71.9m로 변경됐다.

2018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2년 2월 철거를 시작했으나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해 8월부터 매장문화재 조사가 시작되면서다. 이후 2023년부터 촉진계획 변경제안과 입안,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 재공람공고 등을 거쳐 올해 10월 변경고시가 이뤄졌다. 고시에 따라 세운 4구역 높이는 종로 변 101m, 청계천 변 145m로 변경됐다.

다만 서울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이내 건물은 최고 높이가 27도 각도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앙각 규정을 확대 적용해 종로 변은 98.7m, 청계천 변은 141.9m로 계획했다.

세운 4구역 충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도 배경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이번은 정치적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며 "그렇다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신 불필요하게 논란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세운 4구역에 지금 계획 중인 고층 빌딩이 꼭 필요한지가 논의의 출발점이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저 싸움에서 이기려고 서로 자기 말이 맞는다고 강변하는 것 이상으로는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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