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현금투자·엔저·환율 변동성…외환시장 부담 확대
부동산·가계부채 리스크 지속…금융안정 우려 강화
전문가 전원 동결 전망…첫 인하는 2026년 이후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전문가 7명 모두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2.50% 동결을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 상향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서울 집값 부담 등이 겹치며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7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두 차례 인하 이후 최근 세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2.50%로 유지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물가·성장·부동산·외환 흐름 등 금융안정 요인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대미 현금투자 확대와 엔화 약세가 겹치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 아파트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통화정책 완화 여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지난 10월 발언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긴축 선호를 시사한 '매파적'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한 방향으로 모였다. 7명 모두 '동결'을 제시하며, 일부는 장기간 동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는 만장일치 동결이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GDP 갭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근거로 2026년 상반기 중 1회 인하(2.25%)를 예상하면서도, 이번 회의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환율 같은 금융안정 부담이 있지만 성장률과 물가전망 상향이 더 핵심"이라며, "2026년 연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외환시장은 대미 현금투자라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며, "한미 환율정책 합의 등으로 당국의 시장안정 여력이 제한된 만큼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말까지 2.50% 유지를 전망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이 겹치며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부동산 가격도 여전히 우려를 낮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을 감안한 내년 성장률 전망 상향 가능성도 동결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김진욱 씨티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행은 기존의 인하 기조를 사실상 종료하고 장기간 동결 스탠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2.50%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의 바닥이며 인하 재개는 2026년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와 경기 회복 기대감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며 "이번 회의는 동결로 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규제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경계감은 여전하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 상향 조정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에서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올해와 내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 불안과 부동산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장기간 금리 동결 기조로 전환할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