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세 1등은"⋯오하아사, 왜 보냐면요 [솔드아웃]

입력 2025-10-3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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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팀 해물탕 지지 마!

X(옛 트위터)에서 열띤 응원이 쏟아집니다. 물고기자리와 게자리, 전갈자리가 오늘의 운세 하위권을 차지할 때면 어김없이 '팀 해물탕'이 등장해 응원과 격려를 쏟아내는데요. 일본의 한 장수 프로그램 속 별자리 운세 코너가 최근 잘파세대 사이 새로운 아침 루틴으로 확산한 덕분이죠. 이른바 '오하아사'입니다.

별자리 운세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MBTI 열풍이 불기 전,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 유형을 나누기도 했었는데요. 왜 다시 오하아사 트렌드가 불기 시작한 걸까요? 일본 아침 방송의 운세 코너가 국경을 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피드에 뜨는 오하아사, 출처는?

오하아사의 출처는 일본 아사히 방송(ABC TV)의 장수 아침 프로그램 '오하요 아사히데스'입니다. 이 방송을 줄여서 '오하아사'라고 부르는데요. 오전 5시부터 8시까지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가벼운 생활 정보나 연예, 스포츠 이슈 등을 전합니다.

여기서 특히 인기를 끄는 게 별자리 운세 코너입니다. 12개 별자리의 오늘 운세를 순위별로 소개하며 추천 아이템, 간단한 조언 등을 포함해 다루는데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아침 방송으로 운세를 점치는 장면이 일종의 클리셰로도 통할 정도로 현지인들에겐 익숙한 코너죠.

다만 이 방송은 엄밀히 따지면 '지역 방송'입니다. 일본 혼슈 중서부인 간사이 지방에만 송출되면서 아침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이어올 정도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 전역에서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요.

이에 한국에서 해당 방송의 별자리 운세가 유행한다는 사실을 안 현지인이 최근 "왜 한국 팔로워들은 모두 일본 지방 아침 프로그램의 운세를 보고 있는 거냐"는 의문 가득한 글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네티즌은 "나도 한국인들의 게시글을 통해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될 정도로 지역적인 프로그램"이라고도 부연했죠.

일본의 지역 방송 내 운세 코너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게 된 건 한 X 계정의 공로가 컸습니다. 오하아사를 매일 아침 번역해 소개해준 건데요. 부지런한 계정 운영으로 31일 기준 무려 41만5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팔로워 다수가 잘파세대인 만큼 남다른 배려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해당 계정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4일에는 아침이 아닌 오후 6시에 오하아사를 게시했습니다. 당시 계정 운영자는 "평소엔 가볍게 넘기던 운세 한 줄이 오늘 같은 날에는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늘만큼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수능에 집중해 본인 기량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고 전해 네티즌들의 감동을 자아냈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별 보며 하루 시작하는 세대? 오하아사의 인기 비결

매일 아침 업데이트되는 별자리 순위는 짧고 직관적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데요.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에겐 아침 뉴스보다 부담이 없는 데다가 일기예보처럼 소비할 수 있는, 간단한 콘텐츠로 통합니다.

"실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요. 우선 솔직하게 사과하세요",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요. 친근한 미소를 잃지 마세요" 같은 간단한 조언도 눈길을 붙잡습니다. 여기에 "후드티 입기", "지갑을 정리하기", "웃기" 등 운세가 좋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덧붙이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요. 불확실한 운세를 제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정돈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공하는 셈이죠.

국내에선 각종 밈(meme)과 함께 오하아사가 소비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운세를 공유하면서 웃음을 자아내곤 하는데요. '팀 해물탕'이 대표적입니다. 게자리, 전갈자리, 물고기자리는 순위에서 자주 나란히 등장하면서 이 별명이 붙었습니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줄곧 함께 묶이는 이 조합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이용자들에게 묘한 연대감을 형성하는데요. 다른 별자리를 지닌 네티즌들이 '질 수 없다'며 각종 팀명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렇게 운세를 공유하고 반응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는 작은 재미이자 위로로 작용합니다. 가벼운 유머와 공감과 함께 인기를 끈 오하아사는 그룹 라이즈 멤버 원빈 등 아이돌들도 언급하며 인기에 더욱 탄력을 받았죠.

▲(출처=다이소, 카카오 선물하기 캡처)
▲(출처=다이소, 카카오 선물하기 캡처)

밈에서 굿즈까지, 운세의 일상화

운세가 낯설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별자리부터 사주 풀이까지 운세는 꽤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죠.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5 새해 계획 및 운세 서비스 이용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운세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운세 서비스 유형 중에서는 스마트폰 운세 앱을 이용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이는 △2023년 62.7% △지난해 63.6% △올해 65.4% 등 과거 조사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맹신이 아닌 재미나 위안의 목적으로 운세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대다수가 사람들이 운세를 보는 건 마음의 위안을 받기 위해서인 것 같다(86.6%)고 평가한 가운데, 점이나 운세를 통해 마음의 안정이나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응답이 73.8%에 달했죠.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도움이 될 것 같다(66.4%, 동의율)는 인식도 높은 수준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모습이었는데요. 불확실성이 확산하는 사회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운세나 점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마련(74.8%, 동의율)이고, 운세를 보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지금의 삶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74.4%)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죠.

결국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적 욕구가 결합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좋은 운세 결과를 믿고 싶고, 나쁜 운세 결과는 믿고 싶지 않다(57.4%, 동의율)는 태도를 보여, 운세를 맹신하기보다는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같은 수요를 노려 각종 업계에서도 운세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운세 전문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는 걸 넘어 속속 운세 확인 서비스를 도입하고 나선 건데요. 토스, 신한SOL 페이 등 대형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운세를 확인할 수 있죠. 운세 서비스 점신은 토스의 미니앱 플랫폼 앱인토스에서 예상치를 6배 이상 상회하는 일간 이용자를 기록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굿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는 아기자기한 부적을 출시하곤 하는데요. 여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행운 가득', '시험 대박' 등의 문구가 적혀 있죠.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이달 중순 '행운가득' 시리즈 2탄을 출시했습니다. 행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를 활용한 거울 키링, 인형, 동전지갑, 파우치, 포토 키링, 부적 카드 케이스 등이 포함됐는데요. 수능을 앞둔 만큼 매대 앞이 학생들로 북적이곤 했습니다.

이처럼 운세는 '점술'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일상 속 감정 관리와 소비의 일부로 스며든 모습인데요. 불확실한 시대의 심리적 방패이자, 작지만 확실한 위안의 상징으로 기능하는 셈이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오하아사부터 한 손에 쏙 들어가는 부적 키링까지, 운세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마음가짐과 함께 소비되는 중입니다. 오늘의 1위 별자리보다 중요한 건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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