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도 야스쿠니 공물 전달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사비로 공물(다마쿠시료)을 전달했다. 다만 총리로 선출될 경우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참배는 하지 않기로 했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리무라 하루코 자민당 총무회장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 신사에서 기자단에게 "(다카이치 총재의) 마음을 대신해 참배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에서는 이날부터 사흘간 가을 예대제가 열린다.
자민당 내에서도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각료 시절을 포함해 봄·가을 예대제 기간과 태평양전쟁 종전기념일(패전일)인 8월 15일에 꾸준히 참배해왔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까지만 해도 “국책(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태도를 바꿔 참배를 보류하기로 한 것은 향후 총리직에 올랐을 때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비춰진다. 이시바 시게루 정권 아래에서 양호하게 유지해 온 한일 관계를 유지하고, 역사 인식 문제를 경계하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일본은 21일 임시 국회를 열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총리 지명 선거를 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총재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참배와 관련해 “어떻게 위령을 하고 어떻게 평화를 기원할지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할 것”며 “절대로 외교 문제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 전문가 중 일부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직에 오르면 한 번 정도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참배를 강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아베 전 총리와 같은 멘토를 둔 데다가 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여자 아베’라고도 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 전몰자를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방문했다”며 “현직 일본 지도자의 이러한 참배는 제2차 세계대전 패배로 끝난 제국주의적 확장에서 일본이 저지른 잔혹 행위의 기억이 깊게 남아 있는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에 도발적 행위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내각 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라고 적힌 목패가 붙은 화분 형태의 공물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 봄과 작년 가을 예대제 때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방식을 따라 같은 형태의 공물을 올린 바 있다. 8월 15일에는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댄 것)’ 대금을 봉납했다. 다만 예대제 기간 직접 참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과 기우치 미노루 경제안보담당상도 각각 마사카키를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