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값잡기 딜레마에 빠졌다

입력 2009-08-30 12:53 수정 2009-08-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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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억제하자니 경기부양 '찬물'...공급확대는 투기수요 차단 '고심'

정부가 집값 잡기 딜레마에 빠져있다.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는 전파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다 강한 억제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과 집값 상승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집값잡기 카드는 돈줄을 죄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규제다. 강남 3구의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만 적용하던 DTI 적용 지역을 넓혀 나가는 것. 이럴 경우 소득과 상환능력을 따져 돈을 빌려주는 만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제한보다 훨씬 대출받기 어렵게 돼 투기수요 차단에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시장 혼란을 우려 추가적인 규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정부가 DTI 적용 대상 확대설에 대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어 특별한 추가 조치는 필요 없어 보인다"며 "다만 전셋값 급등과 관련해 관계부처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의 고민을 애둘러 드러냈다.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DTI 확대설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의 집값 상승이 강남 재건축은 물론 강동, 목동 등으로까지 확대되는 그간 학습효과에 따라 되풀이 돼 왔던 가격 상승 초기의 패턴을 보임에 따라서다.

강남권의 경우 이미 DTI가 적용되고 있어 정부가 만일 이를 확대 적용하게 된다면 침체를 보이고 있는 지역만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 예고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서초. 송파. 강남 등 강남 3구와 수도권 일부 지역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대한 국지적인 대책은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허경욱 차관은 지난 28일 SBS라디오에 출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가격이 급등한 일부 지역에만 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일단 수요, 공급으로 푸는 게 정답이기는 하지만 만일 추가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면 국지적으로 해야 하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오랜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은 주택 문제는 수요와 공급으로 풀어야 하며 그 다음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 강화로 나가는 것이고 부동산 세제 강화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수요억제 대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 시발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획기적 주택정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지난 23일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더니 다시 27일에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명분으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 짓기로 한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6년 앞당겨 2012년까지 모두 공급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번에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김으로써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은 애초 연평균 3만가구에서 8만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일단은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에 비해 30~50%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투기 우려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주변 시세보다 30~50% 싼 값에 공급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연장, 자금출처 조사, 채권입찰제 등을 통해 시세차익 환수 등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단속과 대책을 실시해야 실효성을 높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보금자리주택이 여전히 서민층에게는 부담스러운 값이며 그린벨트해제를 통한 주택건설에 있어 지역 주민과의 협의 과정에서 보상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어 주변 땅값 등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공급확대와 함게 추가적인 집값 안정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보금자리공급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수시로 집값 안정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으며 추가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어붙었던 경기가 최근 들어 호전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부동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의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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