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하겐다즈의 꿈…농식품 모태펀드가 키운 '미스터 밀크' [르포]

입력 2025-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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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자펀드서 35억 원 투자…식품 분야 유일 ‘아기유니콘’ 선정
프레시 모차렐라·젤라또로 제품 라인업 완성…싱가포르 첫 수출 성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모태펀드 15년, 2조 원 규모로 성장…민간 투자 확대할 것”

▲신세호 미스터밀크 대표가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본사 생산설비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신세호 미스터밀크 대표가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본사 생산설비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제주의 뜨거운 햇살을 식히던 3일 한국판 하겐다즈의 꿈을 키우는 프리미엄 유제품 제조업체 ‘미스터밀크’를 찾았다. 농식품 모태펀드 자금이 현장에서 어떤 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냈는지, 또 어떤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서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미스터밀크는 순백색 외관의 원형 건물로, 제조공장이라기보다 박물관 같은 인상을 줬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포근한 제과점 향내가 가득했고,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라본 생산라인에서는 흰 위생복 차림의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치즈와 젤라또, 요거트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실험실’ 같은 풍경이었다.

“제주도 중소기업이지만, 세계인들의 반응 덕분에 글로벌 하겐다즈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미스터밀크 신세호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말은 현장의 풍경과 맞물리며 단순한 포부를 넘어 진지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2014년 설립된 미스터밀크는 2022년 유가공 공장을 완성, 성이시돌 목장 원유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유제품을 만들어왔다. 창업 초기에 자금난으로 설비 투자조차 쉽지 않았지만, 농식품 모태펀드 산하 3개 자펀드에서 총 35억 원을 유치해 공장을 완공했다.

▲프리미엄 유가공 업체 미스터밀크의 우유 젤라또. (공동취재단)
▲프리미엄 유가공 업체 미스터밀크의 우유 젤라또. (공동취재단)

이후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무가당 요거트, 아이스크림까지 라인업을 완성했고, 컬리·쿠팡·롯데백화점 납품으로 판로를 넓혔다. 제주공항에서 판매된 ‘우유샌드’ 과자는 누적 55만 개, 70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성장은 수치로 확인된다. 2023년 매출 3억 원에서 지난해 15억 원으로 다섯 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 23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하반기 5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한다. 빠른 성장세를 인정받아 올해 식품 분야에서 유일하게 ‘아기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제품 경쟁력은 원유와 공정에서 비롯된다. 미스터밀크는 홋카이도식 방목을 표방하는 성이시돌 목장의 유기농 원유로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와 젤라또를 만든다. 수입 냉동 모차렐라가 현지 맛을 잃는 것과 달리, 이곳은 이탈리아 장비·기술을 들여와 현지와 같은 텍스처를 구현했다.

신 대표는 “홀스타인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다. 이건 기술력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이탈리아 치즈학교, 2017년 젤라또 학교를 수료한 뒤 제주에서 새로운 유가공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도 본격화됐다. 올해 6월 싱가포르 식품박람회(FHA)를 계기로 젤라또와 멸균우유 첫 수출을 성사시켰고, 마리나베이샌즈 라운지와 센토사 리조트 등 현지 호텔·리조트가 관심을 보이며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최소 10만 달러 규모의 독점계약을 추진 중이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OEM 제조와 자체 브랜드를 병행하며 안정적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프리미엄 유가공업체 미스터밀크를 찾아 신세호 대표에게 생산라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프리미엄 유가공업체 미스터밀크를 찾아 신세호 대표에게 생산라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부 정책도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식품 모태펀드는 만든 지 15년, 총 2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550억 원에서 내년 700억 원으로 예산을 늘리고, 민간 세컨더리펀드를 활성화해 청년 기업이 더 쉽게 투자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태펀드는 지금까지 711개 경영체에 1조4113억 원을 투자했고, 자펀드 123개를 조성해 총 2조 원을 넘어섰다. 청산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3%에 달한다.

송 장관은 원유의 ‘단순 판매’에서 ‘가공’으로의 전환이 농식품 산업의 지향점이라며, 식품 분야에서 유일하게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청년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스터밀크 사례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농식품 분야 투자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태펀드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민간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며 "ASSIST(투자공유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정보 제공·공공 애널리스트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프리미엄 유가공업체 미스터밀크에서 마이클 조셉 리어던 이시돌 농촌사업 개발협회 이사장에게 농림축산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표창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프리미엄 유가공업체 미스터밀크에서 마이클 조셉 리어던 이시돌 농촌사업 개발협회 이사장에게 농림축산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표창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미스터밀크의 존재가 제주 유가공업의 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소비가 늘고 겨울에는 원유가 남는 계절적 구조 속에서, 아이스크림·분유 같은 가공제품은 수급조절의 완충재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신 대표는 “잉여 원유를 활용해 여름철 수요에 맞춰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면 제주 낙농업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 한림의 작은 유가공 공장에서 시작된 첫 발걸음이 ‘한국판 하겐다즈’로 완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모태펀드가 만든 마중물에 민간 자본과 글로벌 판로가 더해진다면 잉여 원유의 계절성을 넘는 수급 안정과 지역 일자리, 수출 확대라는 실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송 장관은 "농어촌 모태펀드 활용으로 (정부가 민간기업에)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라며 "민간에서도 농촌 자원이나 식품 등에 투자할 수 있게끔 정부가 기획하고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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