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외 여러 ATS 도입 등 방법도
원클릭 롤백 시스템 등 안정성 강화 집중

블랙먼데이 이후 1년 넘게 중단됐던 미국 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 서비스가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복수 대체거래소(ATS)와 계약하는 등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사와 함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재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부 증권사는 이미 관련 주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장 시간대에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국내 증권사는 과거 미국 현지 ATS인 블루오션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거래량이 몰리자 블루오션이 시스템 장애를 이유로 약 9만 계좌, 63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투자자들의 손실과 불만이 급격히 커졌고, 증권사들은 주간 거래를 즉각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당 거래 취소에 대해 국내 증권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증권사로서는 법적 부담이 줄어들며 서비스 재개에 나설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업계는 재개 논의의 핵심을 안정성 확보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블루오션 한 곳에만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ATS를 연결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블루오션 외에도 문(Moon), 브루스(Bruce) 등 신생 ATS와 계약을 체결해 백업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블루오션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업력이 가장 길고 규모가 크며, 여전히 계약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블루오션 측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올해 초 여의도에 사무소를 여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주간거래는 국내 투자자 수요가 상당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한 복수거래소 체계가 갖춰져야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요한 축은 투자자 보호 장치다. 지난해 사고 당시 일부 증권사는 거래 취소에 즉각 대응하지 못해 투자자 불만을 키운 바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사고 시 '원클릭 롤백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거래 취소와 증거금 정산을 전산으로 자동 처리해, 계좌별 수작업으로 대응하던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허가가 필요한 절차는 아니지만, 당시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당국의 눈높이에 맞는 보호장치 마련은 필수 사안이다.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안전망을 요구하면 서비스 재개 시점이 수개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서비스 재개보다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국내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거래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지만, 다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시장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체계를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 재개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TS 다변화 외에도 ATS 시스템 점검 과정에 국내 증권사가 직접 참여해 안정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