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요구·마감시한 전술로 상대 압박
차별적 대응·언론플레이 병행
중국에는 역공…‘허장성세식 협상’ 한계 드러내

1970년대 중반 젊은 트럼프를 세상에 알린 것은 미국 뉴욕의 관문인 그랜드 센트럴역 주변 재개발이었다. 불황 속에 황폐해진 도시를 상징하던 낡은 코모도 호텔 부지에 주목한 그는 하얏트호텔과 손잡고 재생안을 내놓으면서 뉴욕시에 무려 40년에 이르는 감세를 요구했다.
당시 터무니없는 요구는 비웃음을 샀지만 트럼프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서 시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또 언론을 통해 반대 세력을 ‘도시 붕괴와 실업자 증가에 가담하는 집단’으로 몰아세웠고, 결국 감세를 쟁취해 1980년 신호텔을 개장했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자신을 구원자로 포장해 과도한 요구를 관철하는 방식은 현재 무역적자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고율 관세를 무기로 ‘불공정’ 국가에 거래를 강요하는 관세 협상과 닮았다.
트럼프 협상의 양대 축은 ‘과도한 요구’와 ‘마감 시한’이다. 4월 그는 일본에 2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15%로 낮춘 관세율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여 합의를 유도할 수 있었다. 이는 과도한 요구로 협상의 출발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앵커링(닻 내리기)’ 효과의 전형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또 기한이 지나면 조건이 대폭 악화된다고 위협하며 상대국을 몰아붙이는 ‘마감 시한’ 전술을 구사했다. 응하지 않으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최후통첩’도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국가별로 차별적 접근을 했다. 영국에는 조기 무역협상 타결 보상 차원에서 관대하게, 중국·캐나다에는 보복 관세로 응징했다. 보복 가능성을 억제하는 ‘에스컬레이션’ 전술과 상황에 따라 상반된 메시지를 던지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한 것이다.
또 그는 장관들이 ‘대통령의 최종 승인 필요’를 내세워 양보를 거부하게 하는 ‘제한된 권한’ 전술도 사용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압박을 가하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마무리하는 ‘좋은 경찰·나쁜 경찰’ 역할 분담도 있었다.
언론 플레이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시절부터 합의 전에도 성과를 발표해 상대를 압박했고, 기대감을 키워 막판까지 유리한 조건을 끌어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도 베트남을 비롯한 일부 국가와 ‘완전 타결 전’임에도 조기 합의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오판이 드러났다. 미국이 100%를 웃도는 초고율 관세로 압박하자, 중국은 맞대응하며 ‘휴전’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중국은 전략자원인 희토류 수출까지 조이며 반격했다. 트럼프가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를 겨냥했지만 오히려 미국의 대중 의존이 드러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며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쉽게 양보할 가능성은 작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부동산, 카지노, 항공사 등 트럼프가 실패한 사업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경제 환경이나 규제 탓을 하거나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실과 달리 ‘승리’를 선언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1990년대 카지노 사업 파산마저 ‘전략적’이라고 포장하며 제도 활용 능력을 자찬했다. 실제로 그는 손실을 대부분 회피했고, 그 부담은 채권자들이 떠안았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허장성세식 협상’은 위험부담이 훨씬 크다.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미국 국민과 전 세계가 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