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등 도급인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입법규정이 사망재해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히려 과도한 의무 부과와 불명확한 책임영역에 따른 현장 혼란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3일 '도급 시 안전관리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고용부가 발표하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통계' 현황에 따르면 중처법이 우선 적용된 사업장(50인·억 원 이상)의 사고 사망자는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에서 지난해 250명으로, 오히려 두 명 늘었다.
반면 사업주 의무내용이 구체적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만 적용된 사업장은 사고 사망자가 2021년 435명에서 지난해 339명으로 매년 줄었다.
경총은 "현행 법률들은 수급인의 안전역량, 원청의 관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수급인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도급인이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이에 원청의 안전보건활동이 하청근로자 보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안법 및 중처법의 법률 내용만으로는 도급과 발주의 개념 구분이 매우 어렵다"며 "도급인의 책임 영역 불명확성으로 인해 현장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경총은 "영국, 독일, 일본 등 안전선진국은 도급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인이 해야 할 의무를 도급인이 대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하청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과 도급인 모두에게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총은 개선방안으로 현행 산안법상의 도급(도급인), 건설공사발주자의 개념(정의)을 도급인의 관리범위 한계, 외국 입법례, 산재예방 실효성 제고 측면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산안법상 도급 개념을 '사업의 일부 또는 공사의 전부를 타인에게 맡긴 계약'으로 수정하고,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을 '건설업 등록 및 시공자격이 필요한 건설공사를 도급 준 자'로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도급인과 수급인 역할에 적합한 안전보건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중처법상의 도급인의 책임 범위도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행 도급인 중심 안전정책에서 변화하지 못할 시 하청근로자 보호도, 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소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작동가능한 실효성 있는 도급정책의 운영을 위해서는 안전관리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하고, 원·하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