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국민의 언어로 설계돼야"…이종혁 교수가 말하는 공공캠페인의 조건
26도와 닫힌 문, 그리고 한 명의 실천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올바른 가전 사용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동참하는 일련의 활동은 기후 변화 시대에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질서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절약이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이 아닌 신호등을 지키는 것과 같이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일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넛지 디자인 프로젝트로 시작해 이제는 에너지 절약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온도주의' 캠페인을 디자인한 인물로 자발적 참여와 동참이 표준화된 에너지 절감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온도주의’는 실내온도 26℃를 준수하는 등 일상 속 절약 행동을 통해 에너지를 함께 아끼자는 캠페인의 상징 구호로 단순한 계몽이 아닌 ‘자발적 행동 유도’를 목표로 설계됐고, 그 중심에 이 교수가 만든 ‘거꾸로 온도계’ 심볼이 있다.
이 교수는 "넛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절약에 필요한 대국민 메시지를 상징화로 통합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여름 26도와 겨울 20도의 적정 실내 온도와 냉난방 중 출입문 닫기를 실천하자는 가장 기본적 에너지 절감 행동을 하나의 심볼로 단일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에너지 캠페인이 구호나 권고 수준에 그쳤다면, 온도주의는 국민 개개인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촉진하는 설계된 메시지 구조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민관이 함께 해야 하는가. 이 교수는 "공공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메시지의 단일화, 실천 활동의 단순화, 그리고 이해관계자 그룹의 통합화"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 방식은 정보 제공에 집중되기 쉽고, 국민 참여로 이어지지 않지만, 기업과 시민단체가 협력하면 메시지는 공간마다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이는 '행동의 습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야만 국민 개개인이 머무는 공간에서 실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그러한 실천이 일상 속 습관으로 자리 잡아 우리 사회 내 에너지 절약 관습이 형성될 때 에너지 사용에 있어 표준화된 문화 구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캠페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시민 참여형 굿즈인 ‘슈즈참’의 등장이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거꾸로 온도계가 시각적으로 생활공간에 자리잡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프랜차이즈 매장과 관광지, 카페, 학교 등 다양한 일상 공간에 이를 부착함으로써 캠페인 메시지를 시각적 언어로 고정시키는 전략이다.
이 교수는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하면 공감은 하면서도 잔소리처럼 들리기 쉽다"며 "그래서 상징을 만들었고, 이 상징이 익숙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굿즈와 거리캠페인을 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굿즈 하나라도 적정 온도를 환기시키는 수단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반복적 노출로 냉방 중엔 문을 닫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 온도계를 보며 26도를 맞추는 습관이 생기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은 카페와 프랜차이즈 매장뿐 아니라, 올해부터 관광지와 야구장 같은 여가 공간으로도 확장됐다.
이 교수는 이를 ‘에너지 절약 픽토그램의 대중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민이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픽토그램과 같이 온도주의 캠페인의 거꾸로 온도계가 에너지 절약을 위한 능동적 실천을 유도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자이언츠 사직구장에는 캠페인 홍보부스와 전광판 영상이 설치됐고, 관중들은 캠페인 퀴즈와 서약 이벤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올해가 수많은 건물의 출입문, 학교 강의실, 카페, 음식점 그리고 사무실 등에서 거꾸로 온도계를 자연스럽게 목격하게 되는, 캠페인 브랜드의 표준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정부의 에너지정책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대표적 사례가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이다. 이 교수는 이 사업의 명칭 자체를 "국민 언어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은 모든 가정의 소비, 지출 등 일상 생활과 가장 밀접한 대표 정책"이라며 "정책인지, 관심유도, 태도전환, 가치인식이라는 국민 일상의 여정을 고려한 소통이 행동변화를 이끄는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으뜸효율 가전 환급사업이라는 정책을 국민 관점에서 다시 명명해 보면 '에너지 절약 가전 캐시백'이 될 것"이라며 "정책과 소통의 균형성을 복원시키는 것이 실제 행동 변화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온도주의' 캠페인을 단발성으로 그치게 하지 않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는 "디자인싱킹을 기반으로 개발된 이 캠페인이 지금처럼 지속 추진된다면 곧 에너지 절약의 기초질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교수는 "캠페인과 거꾸로 온도계에 익숙한 국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의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에너지 기초질서 캠페인'의 브랜드 자산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캠페인이 정책으로, 정책이 다시 국민의 언어와 실천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라며 "그래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열고 냉방(개문냉방)'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강제보다 부드러운 개입이 더 효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그 공간이 자영업자 분들의 영업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고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문을 닫자'는 메시지를 거꾸로 온도계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징이 반복 노출되면서 하나의 생활 규범이 되고,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전략"이라며 "냉난방 중에는 문을 닫는 것이 상식이 되고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데 필요한 주요한 매개요소를 캠페인의 중심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캠페인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명확한 브랜드, 민관 협력, 메시지 반복 가능성, 참여 편의성, 교육 연계 가능성"을 꼽으면서도 그 핵심은 관계 부처의 확고한 추진력 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단 하나의 메시지라도 기억하고 단 하나의 상징이라도 확산시켜 단 하나의 냉방 중 열린 문이 닫히고 단 1도라도 적정온도에 가깝게 조정하는 단 한 명의 국민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하나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