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용이 '글루텐 프리' 쌀가루...농진청 전용 품종 '바로미2' 개발
습식 제분 생략해 저비용으로 가루화...정부 올 생산단지 15곳 지원

식문화 변화로 쌀밥을 먹는 가정 소비는 줄었지만, 집밖에선 쌀가공식품으로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도 한국의 쌀가공식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쌀가공식품이 국산 쌀 소비 촉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전략자원이 될 ‘가루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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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농식품 상위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품목은 쌀가공식품이다. 지난해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약 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8.4% 증가했다. 쌀가공식품 수출액은 △2022년 1억8180만 달러 △2023년 2억1630만 달러 △2024년 2억9920만 달러 등으로 최근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 해외에서 쌀가공식품의 인기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K푸드 열풍 △건강 트렌드 △가루쌀 육성 정책 등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에 활용되는 쌀과 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글루텐 함량 여부에 있다. 밀가루는 글루텐은 밀, 보리 등 곡물에 함유된 단백질 복합체다. 물과 결합해 반죽의 탄성과 점성을 강화하고, 발효 과정에서는 빵을 부풀어 오르게 해 제과·제빵 제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글루텐을 섭취하면 소화 장애, 복통, 알레르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쌀가루는 글루텐이 없어 소화 흡수가 쉽고 포만감이 오래가는 편이다. 단백질, 무기질 등이 포함돼 건강에 좋다는 인식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 시장은 2021년 78억5890만 달러(약 10조 9226억 원, 1달러당 1400원 기준)에서 2026년에는 116억2320만 달러(약 16조 2848억 원)로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쌀가루는 글루텐 프리 속성에도 가공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으로 활용도가 낮았다. 멥쌀이 물에 불려야만 분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루쌀의 등장 이후 쌀가공식품 제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가루쌀은 전분 구조가 성글어 가루를 내기에 적합한 쌀 품종이다. 제면·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 원료로 주목받는다. 기존 멥쌀은 단단한 특성 때문에 가공과정에서 물에 불리는 습식 제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농촌진흥원이 개발한 ‘바로미2’는 가공용 쌀가루 전용 품종이다. 물에 불리는 공정을 생략해 제조 비용을 절감하고 대량생산이 쉽다.
정부는 쌀 소비 촉진과 수입 밀 의존도 감소를 위해 2023년부터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전문 생사단지 151개소를 선정해 재배를 위한 교육과 생산에 필요한 시설 등을 지원한다.
가루쌀은 빵, 과자, 면, 프리믹스, 음료 등 활용도가 높다. 이미 농심, 삼양식품, 하림산업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가루쌀로 제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지역 베이커리에서도 가루쌀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 중이다. 대전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은 인기 제품 ‘딸기시루’를 가루쌀로 만들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그린하우스’, 충남 당진에 있는 ‘독일베이커리’ 등도 가루쌀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 제품을 만들고 있는 지역 베이커리는 대부분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 속이 편안한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며 “제빵 분야는 가루쌀 활용도가 높아 사용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