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이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근로자의 날’ 이야기 [해시태그]

입력 2025-04-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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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노동절)’ 택배·은행·학교·유치원·마트·병원·주식시장 등 휴무 여부 관심 높아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여러분은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시나요?”

한쪽에선 ‘노동자의 권리를 기리는 날’이라며 쉬고, 다른 쪽에선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는 날인데요. 출근은 안 했지만, 공휴일은 아닙니다. 유급휴일은 맞는데 수당은 없는 곳도 있죠. ‘근로자의 날’ 무게와 현장 온도는 같을까요? 이름은 같지만, 의미는 다른 오늘날의 ‘근로자의 날’ 이야기입니다.

‘근로자의 날’ 과거 ‘노동절’로 불렸던 이 공휴일은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8시간 노동 쟁취 운동이 그 기원인데요. 헤이마켓 유혈 사태를 거친 후 1890년 5월 1일은 국제 노동자의 날로 지정되었고, 이는 오늘날 150여 개 국가의 노동절 기원이 됐는데요. 한국에서는 1923년 조선노동총동맹이 5·1절 시위를 벌이며 첫 노동절 행사를 열었고, 이후 여러 변화를 거쳐 1964년부터 공식적으로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왔죠. 이름은 달라졌지만, 취지는 여전히 유효한데요.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하여 제정된 만큼 ‘쉬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출처=오픈AI 챗GPT)


다만 ‘법정 공휴일’이 아닌 ‘유급휴일’로 지정돼 있어, 근로기준법의 적용 여부에 따라 휴무 여부가 달라지는데요. 제도상 근로자의 권리를 위한 날이지만, 법 적용의 울타리는 생각보다 넓진 않죠. 근로자의 날은 관공서 공휴일이 아닙니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시청·구청·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은 정상 운영되는데요. 교직원 또한 공무원 신분이기에 학교와 국공립 유치원 운영도 마찬가지죠.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정상 근무합니다. 이에 따라 택배 배송과 배달 플랫폼 기사들의 업무도 평소처럼 진행될 예정이죠. 은행·주식시장을 비롯한 민간 금융기관은 문을 닫지만, 우체국은 정상 운영됩니다.

즉 근로기준법이 민간 기업에만 유급휴일로 인정되는 건데요. 그렇다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도 아니죠. 심지어 같은 건물, 같은 복장, 같은 시간에 일해도 누구는 유급휴일이고 누구는 평시 근무날인 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근로자의 날이 유급휴일로 법제화된 건 1994년인데요. 하지만 당시에도 ‘쉬는 분위기’는 일부 대기업과 노조 조직 사업장에 국한됐습니다. 중소기업과 비조직 사업장은 그대로 평일 출근이었죠. 당시 보도자료와 기사를 살펴보면 ‘노동부 고시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감시는 어려웠다’고 전했는데요. 법은 쉬라 했지만, 현실은 출근카드를 찍었죠.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2006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기업 14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0%가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83%는 대체휴일 없이 당일 자체를 쉬는 방식이었고, 15%는 대체휴일을 제공하며 당일 출근을 허용했죠. 당시 ‘출근하면 뉴스감’이라는 표현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제도는 그대로였지만 ‘쉬는 게 당연한 날’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겁니다.

그러나 출근율은 줄어들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는데요. 2023년 인크루트 조사(응답자 1095명)에서는 직장인 30.4%가 근로자의 날에 출근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 중 59.1%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속해 있었죠. 출근자 가운데 39.0%는 휴일근로수당이나 보상휴가를 받지 못했고, 37.5%는 수당을 일부만 받았다고 응답했는데요.


(뉴시스)
(뉴시스)


2024년 조사(인크루트·응답자 1076명)에서도 출근율은 24.3%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출근자 10명 중 4명은 아무런 수당이나 대체휴일 없이 근무 중이었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기업의 출근율은 41.3%였으며, 공공기관 29.5%, 중소기업 22.2%, 대기업은 14.9%로 나타났는데요. 반면 금융권, 제조 대기업, 공공기관 등은 대체로 휴무였죠. 노동부 기준으로는 유급휴일을 미적용하는 대표 업종으로 ‘특수고용’, ‘자영업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가 반복해서 지목되고 있는데요. 여전히 ‘그날도 일하는’ 이들의 규모는 유지 중이었죠. 이 ‘근로자’라는 용어가 과연 어디까지 통용되는지 의문이 드는데요.

실제로 근로자의 날에 일하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요? 월급제 근로자는 이날 정상 출근해도 임금이 깎이지 않지만, 출근할 땐 하루 치 통상임금(100%) 외에 휴일근로수당 100%와 가산수당 50%를 더해 총 250%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시급제·일급제의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근로하지 않아도 하루분 통상임금 100%를 받고, 출근 시엔 250% 수준의 수당을 받는 게 원칙인데요. 근로자의 날에 출근했음에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56조 및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입니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수당(50%) 지급 의무가 없어서 출근해도 150%까지만 지급되거나 아예 수당이 누락되는 경우도 흔하죠.

해외의 ‘근로자의 날’은 어떨까요? 미국은 9월 첫 월요일을 ‘근로자의 날(노동절·Labor Day)’로 삼아 전역에서 연방 공휴일로 쉽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법정공휴일’인데요. 노동조합의 대규모 거리 행진과 시위가 열리며, 정치적 메시지가 담기기도 하죠. 상점, 기업, 학교 등 대부분이 휴무합니다. 중국도 5월 1일을 노동절(国际劳动节)로 기념하지만, 휴일 규모는 더 큰데요. 앞 뒤로 며칠을 추가해 ‘노동절 연휴’ 일명 ‘노동절 골든위크’로 지정하죠. 일본은 공식적인 ‘근로자의 날’로 지정돼 있진 않은데요. 비공식 개념이지만 황금연휴 중 하나로 인식돼 일부 기업은 휴무를 줍니다. 대신 11월 23일을 ‘근로감사의 날’이라는 공휴일이 따로 있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이 짧은 문장은 일하는 많은 이들이 법적으로 볼 때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데요. 출근율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 ‘특수고용직’은 한마디로 ‘노동자이지만 근로자가 아닌 사람들’인 겁니다.

기념일이란 말에는 공동의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요. 근로자의 날은 아직 그 조건을 완전히 채우지 못했죠. 이제 점점 더 많은 이가 쉬는 날이 되어가고 있는 ‘근로자의 날’, 하지만 그만큼 ‘아직도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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