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중시 트렌드에 주류 침체
수출ㆍ포트폴리오 다양화에 힘써

즐겁고 가볍게 술을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주와 맥주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 주류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젊은 층 중심으로 무알코올 맥주나 저도수 주류가 각광을 받으면서 주류업체들 역시 변화하는 음주 문화에 대응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2조59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 주류부문은 매출 8134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국내 주류업계는 대내외 변수로 인한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외형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주류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 홈술 트렌드 확산으로 와인과 위스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와인·위스키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높은 물가에 다시 소주와 맥주에 대한 관심이 회복되다가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 지속으로 침체 조짐이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판매량 기준 맥주(라거) 시장 성장률은 △2022년 -2.5% △2023년 -0.4% △2024년 -1.5% 등으로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소주 시장 성장률 역시 △2022년 -1.3% △2023년 -10.9% △2024년 -6.9% 등 감소세다. 반면 무알코올 맥주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률은 △2022년 34.0% △2023년 13.1% △2024년 7.7% 등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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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책임연구원은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추구형 술 소비 트렌드로 무알코올 맥주가 각광받고 있다”며 “지난해 성장세가 살짝 주춤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카테고리”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주류 소비 패턴이 바뀌는 점을 고려해 무알코올, 라이트맥주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에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0.00’을 전개하고 있다. 2월 ‘하이트제로0.00 포멜로’를 출시하며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며 무알코올 맥주 제품에 힘을 주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는 열량을 3분의 1 줄인 ‘테라 라이트’ 상품군을 확장 중이다. 테라 라이트는 출시 2주 만에 1000만 병이 팔리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로 라이트맥주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올해 테라 라이트 확산을 위해 프로모션을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논알콜릭’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알코올 도수 1도 미만의 비알코올 맥주로 생산 공정상 인위적인 알코올 분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맛과 향의 소실이 없는 자연스러운 맥주의 풍미를 내세운다.
‘카스’로 유흥 시장에서 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카스 0.0’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주류법 개정안 시행으로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식당에서 논알코올 음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빠르게 유흥 시장용 ‘카스 0.0’ 330mL 병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2024’ 후원사로 참여하며 제품을 알리기도 했다.
소주에서는 계속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변화하는 음주 문화에 대응하고 있다. 2019년 ‘진로이즈백’이 16.9도로 출시됐고, 같은 해 ‘처음처럼’도 같은 도수로 재단장하며 16도 소주 시대가 열렸다. 이후 2021년 진로·처음처럼·참이슬후레쉬가 16.5도로 리뉴얼되고, 2022년 ‘새로’가 16도로 출시되면서 진로와 참이슬 역시 16도로 재단장했다. 지난해에는 15.5도의 ‘진로골드’가 나오는 등 점점 소주 도수가 낮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등 전통 주류사는 무·비알코올 맥주 확대와 소주 리뉴얼 등으로 매출 성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이 아직 작고, 제로(zero) 탄산음료 등과 함께 전체적인 주류 소비를 대체하며 맥주 시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소주 도수는 계속 낮아지는데, 다른 저도주 제품군은 유의미한 성장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와 저도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어 시장을 예의주시 중”이라면서도 “주력 제품군의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새 음주 트렌드에 맞는 여러 신제품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