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떨어지는 가계 저축률..한국경제에 '독(毒)'

입력 2009-07-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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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 유발.."내수 회복에 찬물 끼얹을수도"

갈수록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자칫 커다란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 가정의 저축률이 내년이면 3.2%까지 떨어져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OECD 주요국 평균 가계저축률 8.5%보다 5.3%포인트 낮은 수치다.

아울러 OECD가 주요 17개 회원국의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를 늘리기보다 지갑을 닫고 저축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한때 '저축 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단 한국이 앞으로는 '저축을 가장 안하는 나라'로 전락할 상황에 처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과거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 25.2%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심지어 외환위기 당시에도 가계 저축률은 20%대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저축률이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OECD 주요국 가운데 가계 저축률 꼴찌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 급락은 소득 증가율에 비해 소비 증가율이 높았던 데다 소비 중에서도 쉽게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항목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간 소득과 소비 여건이 악화돼 가계의 저축 여력이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저축의 기본 토대가 되는 국내 소득 창출력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매분기 발표하는 국민소득(잠정치) 추이를 분석해보면 경제성장률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최근 수년 간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GNI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NI 증가율은 전기 대비 0.2% 감소했고 지난해 3분기(-3.6%)와 4분기(-1.6%)에 이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실질 GNI는 통상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소득 지표로, 이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져 국민의 체감 경기와 호주머니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질수록 저축 여력이 떨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쏟아야 할 우리 경제가 맞이한 가계 저축률 하락은 경기회복에 잠재적 불안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김배근 한국은행 국제경제연구실 차장도 최근 '개인 저축률과 거시경제변수간 관계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인 저축과 국내 투자의 상관성이 높다"며 "가계 저축률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향후 투자 및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내수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저축 여력을 결정짓는 소비도 비생산적인 부문으로의 유동성 지출 심화로 인한 가계 저축률 하락도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소비를 자극하고 서민의 주택구입 부담을 늘려 저축 여력을 줄이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부동산 구입 부담이 지난 2000년을 전후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총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 대출 비중이 2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부동산 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경고성 발언이 잇따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가계 소비여력 약화와 저축률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경기침체기 극복을 위한 내수 회복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상무는 "가계 저축률이 이처럼 급속히 떨어지게 되면 정부의 경제운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내 경제의 투자를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저축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중장기 가계 저축률 제고를 통해 국제경쟁력 제고, 환율 안정 등으로 교역조건을 개선해 체감경기를 상승시키고 서민들의 주택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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