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ICC 결정 지지한 벨기에의 줏대

입력 2024-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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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지난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부 모두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전쟁범죄 혐의가 입증된 셈이지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를 대상으로 나란히 체포영장이 청구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 주요 국가들이 반발했습니다. 전쟁 범죄의 도화선이 하마스에서 시작됐다는 게 이유였지요. 이들은 “선출된 국가인 이스라엘의 지도부와 테러 단체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터무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중동분쟁 두 지도부 체포영장에 지지성명

이스라엘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독일은 우려를 나타냈지요. 국제사회에서 ICC의 존재 당위성을 부정할 수 없으나 이들의 판단에 우려를 나타내는 수준에서 반대 뜻을 가름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는 ICC 판단을 존중하면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지했습니다.

프랑스의 목소리가 가장 컸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범죄에 대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책임을 모두 물어야 한다”며 ICC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지요. 이 상황에서 프랑스와 함께 ICC를 지지한 나라가 있었는데 벨기에였습니다.

벨기에 외무부는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범죄는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최고 수준에서 기소돼야 한다”며 ICC의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뒤이어 슬로베니아 외무부도 벨기에 입장 표명에 힘을 낸 듯 “전쟁범죄에 대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ICC 회원국은 대한민국을 포함해 123개국입니다. 회원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 자국에 들어오면 곧바로 체포합니다. 예컨대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는 가정 아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체포됩니다. 이후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하게 되지요.

이런 상황에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되 국가 정체성을 굽히지 않는 벨기에가 부럽기도 합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하나이며 자존심 세기로 이름난 프랑스는 둘째로 쳐도, 벨기에의 판단은 이례적입니다.

맹목적으로 강대국만 추종하는 게 아닌, 한 나라 국민을 대변하며 자신의 뚜렷한 국가 정체성을 지켜내는 모습에서 벨기에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 외무부의 발표에는 이번 판단에 따른 불이익마저 감내하겠다는 집념마저 서려 있거든요.

강대국에 둘러싸여도 자신의 목소리 내

벨기에가 마냥 강경하게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랬다면 EU 본부가 벨기에에 있지도 않았겠지요.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는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으면서도 실리는 실리대로 챙기면서 제 할 말도 다하는 벨기에의 지혜를 우리가 본받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리창 중국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를 위해 애써 서울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또 바이든 대통령이 3국 정상회의에 앞서 25일(현지시간) “우리가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3각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한국이 중요하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도 자신감 있게 외교에 나서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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