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경제안정화 정책’ 다시 소환해야

입력 2023-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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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난국 80년대 초와 비슷

물가안정 기하고 수출에 박차가해

저성장 극복하고 성장기반 다지길

한국 경제는 2023년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여 1%대 초반의 저성장을 기록한 후 2024년에는 2% 안팎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내년 한국 경제 평균 전망치는 1.9%로 집계됐다. 내년 성장률 2% 안팎 수준은 금년의 1%대 초반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사실상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 다섯 번뿐이다. 모두 위기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듬해 바로 반등했다. 이번처럼 2년 연속 1%대 성장전망은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내년 대외여건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전망이다. 러-우 전쟁, 중동분쟁으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한국의 제1 수출시장 중국경제의 ‘피크차이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데다 미중 쟁패에 따른 대중국 수출제약 및 공급망 갈등과 이런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선도 예정되어 있다. 대내적으로도 좌파-우파 간의 운명을 건 사생결단이 될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대내외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경제안정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대내외 상황이 1980년대 초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1979년 이란의 회교혁명과 이어진 2차 석유파동으로 국제 원유가격이 79년 3월 배럴당 13.3달러에서 80년 8월에는 30달러로 급등해 전 세계 고물가 저성장을 초래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980년 28.7%, 1981년 21.4%를 기록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할 국내 정정(政情)은 1979년 10·26, 1980년 5·18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이어졌다. 1980년 성장률은 –1.6%로 곤두박질쳐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경상수지는 악화되었다.

이런 가운데 1981년 제5공화국이 등장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면서 경제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권을 맡겼다. 그 결과 중장기적 시계에서 일련의 경제안정화 정책을 견실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경제안정의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동안 지속되었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원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해 통화가치를 현실화하고 환율의 가격기능을 제고하였다.

원화의 평가절하에 힘입은 수출증대로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을 보이기 시작한 1982년부터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을 통해 재정수지의 건실화를 추진하였다. 특히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새해 예산을 편성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업 타당성을 기준으로 하는 제로베이스방식(zero-base -budgeting system)을 도입하여 이전까지 30%를 상회하던 재정지출증가율(통합재정 기준)을 10% 내외로 안정시키는 등 긴축기조를 유지하였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1980~1982년 중에 연평균 27%대에 달하던 총통화증가율을 국내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1983년부터는 10%대로 하향 조정하여 1985년까지 지속시킴으로써 재정긴축으로 조성된 물가안정 기조를 더욱 확고하게 구축하였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안정화 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중반까지 물가안정 기조(84~86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 2.8%)하에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83~88년 평균성장률 11.3%) 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어 마침내 1986년 사상 처음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1988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드디어 100억 달러를 돌파(128억 달러)했다. 88올림픽도 치르고 1989년에는 사상 처음 코스피가 1000을 돌파하고 마이카 붐도 일면서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러한 경제성과에 대해서 대외적 요인, 즉 3저 현상(저달러, 저금리, 저유가)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미리 경제안정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에 양호한 대외 경제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 호황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성장 고물가 경상수지 악화가 전망되는 내년에도 1980년대 초반의 안정화정책을 교훈 삼아 건실한 안정성장 기반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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