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한일 양국의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얻을 교훈

입력 2023-12-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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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2024년도 예산은 656조6천억원 규모로 지난 21일 국회에서 확정됐다. 올 예산 보다 약 17조9천억원이 늘었다. 한국의 회계년도는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다. 한편 일본 정부는 22일 112조717억엔에 이르는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2조3천억엔 줄어든 것이다. 일본 국회는 이 정부안에 대한 검토를 거쳐 1월 중순경에 통과시킬 예정이다. 일본의 회계년도는 4월1일부터 다음 해 3월31일까지다.

양국의 나라 살림 통계를 보면 의미있는 시사점이 발견된다. 현재의 원화-엔화 환율로 적용하면 한국 예산규모는 일본의 약 60%(거꾸로 보면 일본이 약 1.7배)가 된다. 최근 한국이 약진하여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일본과 비슷해졌다고 한다. 인구는 우리가 5천만 명, 일본이 1억2천만 명으로 일본이 2.4배가 된다. 나라 경제규모는 일본이 우리의 2.4배 인데 정부의 경제규모는 1.7배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나라경제를 관리하는 파워가 일본보다 훨씬 세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말로 국정 장악력이 크다는 것이다. 또 그만큼 국정에 대한 책임도 한결 무겁다는 것이다. 일본이 지독한 관료국가라고들 하지만 이런 통계로 본다면 한국이 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행정규제의 강도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이 역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행정관료들이 퇴직 후 민간부문으로 재취업하는 소위 낙하산인사를 보면 비교가 안된다. 일본도 아마쿠다리(天下り)라고 하여 언론 지적의 단골메뉴지만 우리처럼 심하지는 않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예산편성권은 미국처럼 의회에 있지 않고 행정부가 갖고 있다. 한국도 국회의 힘이 세졌다고 하지만 미국처럼 행정을 마비시킬 정도로 의회가 예산권을 흔들지는 못한다.

한국과 일본을 좀더 비교해 보자. 한국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정부활동에 강력하게 태클을 걸곤한다. 이에 대해 관료들도 전국에 미치는 막강한 행정력으로 헤쳐나간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행정의 정치화, 정치의 관료화가 심해지면서 소위 정관야합이 횡행한다. 중장기적인 국가미래사업과 절실한 민생시업이 실종된 채 엉뚱한 득표사업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지난 1년여의 한국사정은 최악의 정관조합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사실상 집권여당 자민당의 독주체제다. 행정부와 여당이 혼연일체로 정국을 장악하고 국가를 끌고간다. 그 부작용으로 행정부와 정치에서 가끔 인허가와 정치자금에서 ‘느슨한 도덕행위’들이 터져 나오곤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국은 큰 정부지만 기능부전에 빠지기 쉽고, 일본은 작은 정부지만 독주에 빠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이렇듯 양국의 언뜻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특성이 만들어 내는 행정력을 내년도에는 ‘경제안보시대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공통의 기치를 내놓고 추진하는 과학기술 ·산업정책에서 비교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내년도 한국의 정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26조5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약14.7% 줄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과학기술관련 예산은 내년에 5조4899억엔으로 올해보다 약14.7% 늘었다. 정부의 R&D 예산은 거의 두배 차이다. 내년도에 우리 정부는 ‘R&D 다운 R&D를 하겠다’고 하고, 일본은 ‘일본다운 산업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은 정부 예산에서 드러나지 않는 민간부문(기업)의 역할과 기여다. 여기에는 정부가 얼마나 민간에 매력있는 정책을 제시하여 민간을 끌어들이는가 하는 정책유인책에 대한 평가도 필수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지만 세계 경제대국 3위를 수십년 간 지켜오고있는 반면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면서 낮은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가 오랜 정체를 보이고 있는 이유도 차제에 다시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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