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국가 중에 한국만 오른 총부채 비율

입력 2023-1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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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올해 2분기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확대됐다는 보도가 어제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국제 비교한 결과라고 한다. 선진국 클럽인 OECD에서 유독 우리만 불명예 훈장을 단 셈이다. 추세 역전이 없다면 국제 신인도 추락 등 경제적 후폭풍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가별 총부채는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더해 집계된다. OECD의 GDP 대비 평균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 말 243.5%에서 229.4%로 14.0%포인트(p) 축소됐다. 세계적 긴축 기조 속에 다들 고통을 감내하며 부채 축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영국(261.8→236.7%), 이탈리아(257.7→243.1%), 스페인(268.5→241.1%) 등 부채 감소 폭만 봐도 얼마나 결연한지 알 수 있다. 한국만 역주행했다. 한국총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273.1%로 1년 새 외려 4.9%p 높아졌다.

우리 총부채 규모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6000조 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고 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BIS에 따르면 2분기 말 우리나라 원화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약 5956조 원이다. 가계부채 2218조 원, 기업부채 2703조 원, 정부부채 1035조 원가량을 합친 금액이다.

부채 증가 속도도 문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3분기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분기(120.9%)보다 5.2%p 뛰었다.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2%다. 2020년 팬데믹 이후 4년째 세계 1위다.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 규모를 웃도는 나라는 선진국을 다 돌아봐도 오로지 한국뿐이다. 연체율 상승도 심각성을 더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9%로 1년 전보다 0.18%p 상승했다.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린 것 아닌가.

개인, 기업이든 국가 차원이든 빚을 줄이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정치적으로 인기도 없고 생색도 안 난다. OECD 국가들이 뻔한 이치를 몰라서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너무도 잘 알면서도 빚을 줄이는 정책조합을 택하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 민생과 국가 경제가 함께 망가진다는 경험칙을 직시하기 때문이다. 빚잔치를 무서워하지 않는 집단은 반드시 시장의 응징을 당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1997년의 외환위기가 생생한 예다. GDP 대비 총부채 부담이 클수록 시장이 먼저 응징의 대상으로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유념할 일이다.

한국 사회를 이끄는 이들은 이 와중에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내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에 지역상품권 등 퍼주기식 예산을 반영시켰다. 국가 재정준칙 도입은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압박해 18개 은행으로부터 2조 원의 ‘상생금융’을 받아냈다. 시장 원칙에 부합하는지 고민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부채 경보를 울리기는커녕 도덕적 해이만 부추기는 꼴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체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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