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돈, 현금

입력 2009-05-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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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한다. 경기 바닥을 알리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정부는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경제 여건 탓에 기업은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들 기업을 독려할 뾰족한 대안은 없다.

지나친 몸 사리기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선뜻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없다시피하다.

기업이 투자 대신 현금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어디로 튈는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경기회복세와 함께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올 먹을거리를 낚아채기 위한 실탄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현금성자산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현금성 자산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POSCO다. 현금성자산은 현금, 수표, 당좌예금 등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을 더해 산출한다.

POSCO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3월 말 현재 4조792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5282억원보다 61.35%(1조5510억원)가 급증했다. POSCO는 전년 말보다 1조5230억원 늘어난 3조9893억원의 현금성자산을 가지고 있고, POSCO강판은 280억원이 늘어난 899억원을 보유 중이다.

POSCO는 올해 초 5000억원 규모의 원화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해외에서 7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

GS그룹의 현금성자산도 크게 늘었다. 1조5262억원으로 지난해 말 8488억원에 비해 무려 82.16%(6974억원) 급증했다.

이중 GS건설의 현금성자산은 6689억원 늘었고, GS홀딩스가 278억원 증가했다. KOSDAQ시장의 GS홈쇼핑은 147억원이 늘었다. 반면,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현금성자산이 2696억원 줄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는 등 경제악화 상황에서 올해 경영상 목표는 현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라며 “올해 두번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현금성자산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들 두 그룹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수에 성공한 한화가 경기 악화 여파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날리는 비운을 겪으면서 이들 그룹에게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두 그룹의 현금성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어를 낚기 위한 사전 준비라는 해석도 있다. 향후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수 있는 유력후보들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은행의 퇴출 압박에 몰린 알짜배기 기업이 하반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업계의 관계자는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기업이 투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향후 M&A시장이 살아날 경우를 대비해 미리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도 현금비중을 늘리는 이유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LG그룹의 현금성자산도 크게 늘었다. LG화학의 현금성자산은 9687억원으로 지난해 말 5954억원에 비해 159.49%(3733억원) 급증했고 LG디스플레이 1948억원, LG텔레콤 1412억원, LG데이콤 1987억원, LG생활건강이 263억원 증가했다.

또 SK그룹(4434억원), 현대자동차그룹(3178억원), 롯데그룹(1634억원), 한진그룹(561억원) 등도 전분기 말에 비해 현금성자산이 늘어났다.

반면,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의 현금성자산은 줄어들었다. 삼성그룹의 현금성자산은 9조8919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8919억원보다 무려 1조5565억원이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이 각각 9416억원, 1조4758억원이 줄었고 삼성테크윈도 296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5810억원이 늘어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금성 자산도 2조8792억원으로 1분기 사이에 8415억원이나 감소했다. 가장 많았던 지난해 3분기 말 5조6천899억원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현대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은 1조7117억원으로 지난해말 2조3439억원에 비해 6322억원이 줄었다.

이들 그룹의 현금성자산이 급감한 이유는 중공업 회사가 신규수주 감소 등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줄어든데다 1분기에 회사채 등 신규 차입금을 거의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금이 크게 늘어난 기업들의 주된 자금확보 방법은 회사채 발행이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줄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투자는 뒷전으로 미루고 자금확보에만 매달리자 정부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투자 세제 감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등 기업 투자에 좋은 여건을 만들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 정부의 투자 유인 의도는 컸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설비투자액은 17조70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조7310억원(22.1%)이나 줄었다.

하지만 수익을 내는 것이 1차 목표인 기업으로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비투자를 대규모로 했다가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은행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다.

무기명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돈이 없어서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성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또 기업이 투자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자칫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기업이 투자해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생각으로 정부가 기업을 투자로 떠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미래 수익을 위한 확신이 필요하고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경기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금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투자하는데 민감한 부분이 되지는 않는다. 최근 경기가 돌아서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만큼 회복된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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