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법은 제2의 셧다운제”...졸속 입법에 밥그릇 뺏길 판 [황금알 K웹툰의 위기]

입력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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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무신 방지법’으로 불리는 문화산업 공정유통법(문산법)이 게임업계를 위기로 내몰았던 ‘셧다운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법 제정 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동정 여론만 의식한 채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다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산법은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는 것이 법 제정의 취지다. 법안 취지가 좋더라도 시장 경쟁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이해관계자에 대해 감정적으로 치우쳐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시스템 고려하지 않은 폐해…셧다운제·타다 금지법

가장 대표적인 법이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와 수면권 보장인 당초 입법 취지와 달리 게임산업 분야 위축과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야기한 대표적인 악성 규제로 꼽히면서 2021년 11월 폐지됐다.

셧다운제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법안 중 하나다. 게임이 청소년의 수면권과 학업을 방해하고 게임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게임과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상관관계가 모호하고 오히려 입시나 학업이 학생들의 수면권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효성을 잃은 케이스다. 이와 함께 외국 게임사의 경우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해외 게임사의 크기만 키워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사례가 ‘타다 금지법’이다. 정치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의 격양된 여론에 편승해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타다 금지법은 결국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막고 택시 대란과 요금인상 등의 후폭풍을 낳았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내년 5월 말로 6개월 남은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해 졸속으로 법안을 심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은 최근 열린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세미나에서 “특정한 현안 이슈 특히 국민의 감정에 기반을 둔 법안들이 통과는 빨리 되는데 그만큼 후유증이 크다” 며 “해당 법안에 대해서는 좀 더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웹툰 종주국도 안전지대 아니다…빅테크 애플·아마존 ‘눈독’

한국은 웹툰 종주국이지만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데다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까지 웹툰 시장에 뛰어들어 영토를 확장하면서 격변의 시기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빅테크까지 가세할 정도로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웹툰의 확장성과 파급력 때문이다. 웹툰은 단순 연재를 넘어 영화·드라마·웹소설·애니메이션·굿즈·이모티콘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세계 콘텐츠시장에 K-콘텐츠를 알린 킹덤·스위트홈·이태원클라쓰·D.P·지옥·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모두 대표적인 K웹툰이다.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보유한 애플과 아마존이 일본 웹툰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경쟁력인 OTT 사업자들이 시장성이 입증된 원천 IP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창작자를 발굴하고 생태계를 육성하는 네이버 카카오와 달리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는 제작사로부터 작품을 공급받아 유통하는 서비스만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작사들도 애플, 아마존에 콘텐츠 공급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국내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국내 플랫폼에서 활동해온 창작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경우 결국 창작자들은 빅테크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콘텐츠가 빅테크에 종속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 위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콘텐츠업계를 하청기지로 전락시킨 넷플릭스의 전략과 유사하다.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튜브 뮤직은 1~2년 사이 국내 음원 시장의 독보적 1위를 유지했던 멜론을 집어삼켰듯 (문산법 도입으로) 국내 웹툰 산업이 망가지면 K-콘텐츠는 끝나는 것”이라며 “1년 안에 곡소리 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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