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 후계자 오디션’ 열리나…아르노 회장의 속셈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9-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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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AP/뉴시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AP/뉴시스)
프랑스 명품 대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후계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꼭 내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한다는 법도 없고, 필요도 없다”고 밝힌 데 따른 겁니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NYT에 “내 가족뿐 아니라 외부에서라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 내 후계자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는데요. 쉽게 자녀들에게 자리를 물려준 다른 가족 중심 기업들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면서 “자녀들은 가업을 너무 쉽게 얻었고, 그 결과 한두 세대가 지나면 기업이 무너졌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나는 내 자녀들과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나는 아이들이 놀기만 하지 않고, 일을 하도록 했다”고 덧붙였죠.

그룹을 물려주는 데 혈연이 아닌 능력을 보겠다는 건데요. 이에 한층 복잡해질 LVMH의 승계 구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겁니다. 그렇다면 아르노의 자녀 중 그룹을 이어받을 ‘유력 후보’는 누구일까요?

▲(AP/뉴시스)
▲(AP/뉴시스)
일론 머스크와 세계 부호 1위 다투는 아르노 회장…르몽드 “LVMH, 국가 안의 국가”

우선 LVMH는 세계 최고의 명품 제국으로 불리는 그룹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패션부터 보석, 시계, 향수, 샴페인 등 분야에서 75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죠. 1854년 설립된 패션 기업 루이비통과 1971년 시작된 주류 기업 모에헤네시가 1987년 합병하면서 탄생했습니다.

LVMH는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브랜드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이어온 덕분이었죠. 주류 부문에는 헤네시, 모엣 샹동 등 25개의 브랜드가 있고요. 패션과 가죽 부문에는 루이비통부터 크리스챤 디올, 펜디, 셀린느, 로로피아나 등 14개 브랜드가, 향수와 화장품에는 겔랑, 겐조 등 15개 브랜드가, 시계·보석에는 티파니, 태그호이어, 쇼메, 불가리 등 8개 브랜드가 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만 들어도 세계 최대의 명품 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체감됩니다. 이외에도 미디어 기업인 레제코-르파리지앵 그룹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LVMH의 매출을 1989년 32억 유로(한화 약 4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792억 유로(112조600억 원)로 키웠습니다. 33년 만에 기업 매출을 25배 불린 셈입니다. 폭발적인 성장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보복 소비’가 큰 몫을 했죠.

기업 가치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습니다. LVMH는 4월 말 유럽에서 시가총액 5000억 달러(한화 약 668조 원)를 돌파하면서 세계 시총 순위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

아르노 회장은 올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3년 억만장자 순위’에서 2110억 달러(한화 약 280조 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며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재탈환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1800억 달러)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140억 달러)를 가뿐히 제친 규모죠.

영향력 역시 상당합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달 LVMH의 영향력을 분석한 기사에서 “LVMH는 국가 안의 국가”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LVMH를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후원자 명단에 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죠. AP, 로이터통신 등은 LVMH가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와 후원 계약을 했다고 7월 보도했는데, LVMH가 올림픽을 후원하는 건 처음이라 눈길을 끌었습니다.

LVMH가 파리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면서 LVMH는 기업으로서 영향력을 더 단단히 다지고, 파리 올림픽은 ‘명품 올림픽’ 등 차별화되는 타이틀을 얻을 전망인데요. 구체적인 후원 금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LVMH의 계약 금액은 1억5000만 유로(한화 약 2123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24방송은 LVMH의 후원으로 파리 올림픽 주최 측이 자금 조달 목표인 12억4000만 유로(한화 약 1조7555만 유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도 전했죠.

▲뉴델핀 아르노(왼쪽), 앙투안 아르노. (AP/뉴시스)
▲뉴델핀 아르노(왼쪽), 앙투안 아르노. (AP/뉴시스)
‘명품 제국’ 이끌 후계자는 누구?…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점심 오디션’

아르노 회장에겐 총 다섯 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1녀 4남으로, 아들 넷 중 아래 셋은 아르노 회장과 재혼한 부인이 낳았습니다.

후계 구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장녀 델핀(48)입니다. 델핀은 맥킨지 컨설턴트로 시작해 2000년 LVMH에 입사했는데요. 3년 뒤엔 최초의 여성·최연소 이사회 멤버가 됐습니다.

그는 현재 크리스챤 디올의 최고 경영자(CEO)를 맡고 있는데, 디올은 그룹 내 2위 브랜드로, 아르노 회장이 사실상 가장 먼저 인수한 브랜드입니다. 아르노 회장은 1984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부삭 그룹을 인수했는데, 이 그룹에 디올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재 LVMH 그룹 내 1위 브랜드는 루이비통인데요. 델핀은 2013년부터 루이비통의 부사장으로 10년간 몸담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 LVMH 경영진 인사에서 디올 CEO로 낙점됐죠. 현재 루이비통의 CEO는 아르노 회장의 자녀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맡고 있습니다. 아르노 회장의 자녀 중 델핀은 유일하게 LVMH 이사회(board of directors)와 경영위원회(executive committee) 양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앙투안(45)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앙투안은 2012년 베를루티 CEO로서 회사를 크게 키운 경험이 있으며, 현재 LVMH의 지분을 관리하는 상장사 CEO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델핀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셋째 알렉상드르(30)는 명품 보석 업체 티파니앤코의 부사장이고, 넷째 프레데릭(28)과 막내 장(24)은 각각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의 CEO, 루이뷔통 시계 부문 마케팅·개발 책임자로 몸담고 있습니다.

아르노 회장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한 달에 한 번 다섯 자녀를 LVMH 본사에 불러 점심을 함께한다고 합니다. 식사 자리는 정확히 90분간 이어지는데요. 이 자리에서 각종 사업 현안을 제시하고 돌아가면서 자녀들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역량을 평가하는 일종의 ‘시험’인 셈입니다.

실제로 아르노 회장은 일찍이 자녀들의 경영 수업에 공을 들여왔다고 합니다. 장은 NYT에 “나는 2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점심과 저녁은 항상 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고, 알렉상드르도 “내 비즈니스 교육은 내가 9살 때 아침 식탁에서 시작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르노 회장이 자신의 자녀가 아닌 외부인도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LVMH 그룹 승계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 겁니다.

다만 당장 승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르노 회장은 후계자 선정 시점에 대해 직접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앞서 그는 지난해 LVMH 이사회를 설득해 회장 정년을 75세에서 80세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2030년까진 아르노 회장의 제국이 건재할 것으로 전망되죠.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물려줄 때는 필연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르노 회장 이후 LVMH 경영권을 이어받을 후계자는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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