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KR)는 HD현대 그룹이 기계·조선 업황 반등과 함께 현대중공업 조선계열사들의 수주 경쟁력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HD현대 그룹 내 KR이 '긍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총 4곳이다.
KR은 29일 '2023 KR 그룹 분석 웹세미나'를 열고 HD현대그룹이 조선·기계 실적 개선으로 그룹의 3대 축(조선 ·정유 ·기계)이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고 봤다.
상반기 정기평가를 통해 KR은 HD그룹 내 조선 부문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최근 양호한 수주 여건 하에 수주 잔고가 양적 및 질적 개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조량 확대와 저성과 물량 축소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수익성 또한 제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건설 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신용전망 역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양사 모두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제고했고, 양호한 수급 여건으로 우수한 이익 창출력이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글로벌 신조선가 성과의 장기 추이를 보면 2020년 1억2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선가 지수는 2021년 1억5400만 달러, 2022년 1억6200만 달러로 뚜렷하게 상승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대형 조선사 중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평가4실장은 이들 기업에 대해 "생산성이 높은 엔진 부문을 내재화하고 있고, 그룹의 조선 계열 3사가 수주 물량이 여타 경쟁사 대비 월등히 많다 보니 전후방 교섭력이 피어 기업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하반기에도 조선 3사의 수익성 개선은 꾸준히 이어져 내년에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4년에는 저가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구조적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다만 조선 3사 중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의 저가 건조 물량이 아직까지 상당수 남아있어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이 지연된다는 지적이다.
이 실장은 "수주 잔고 구성상 2023년 매출 반영 물량 중 저가 물량 비중이 크게 축소했다"며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양사 모두 2020년 이전 수주된 저가 물량이 10% 이내로 파악된다. 2024년 이후 이러한 물량이 크게 축소되면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실적 턴어라운드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원가 부담과 충분한 인력확보를 통한 공정 안정화 여부를 꼽았다. 조선 업계는 오랜 업황 부진으로 임금 상승을 억제해왔기 때문에 여타 업계 대비 임금이 낮은 수준이다.
이 실장은 "늘어난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력 확보를 꾸준히 해야 할 텐데 이 과정에서 인건비 상승과 협력업체들의 인건비 상승에 따른 외주비 증가 등이 분명히 따라올 것"이라며 "원자재 부분도 철광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서 후판 유통 가격이 재차 상승해 아직까지 가격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조선 업계 전반의 인력 공정이 충분치 않아 공정 부하가 높은 상황도 우려되는 점이다. 저선가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는 건조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이 협력업체들에 대한 단가 인상, 신규 거래소 확보 같은 공정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에도 여전히 과부하 상태라는 지적이다.
주요시장이었던 중국 시장의 경기 침체에도 HD현대그룹의 양호한 영업환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최근 실적 개선 등 성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비중 축소에도 미국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인프라 수요와 신흥시장 중심의 자원 개발 수요 호조가 뒷받쳐주고 있다.
이 실장은 "건설 기계 쪽을 집중해서 보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중국 시장 비중이 꽤 높았는데, 지난 몇 년간 비중을 많이 축소했다. 중국 시장이 과거에 비중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최근에 중국 경기 부진이라든지 중국 시장 자체의 수요 축소가 그룹의 기계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HD그룹 내 조선 기계 이외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개선세도 눈여겨볼 것으로 조언했다. 이 실장은 "2021년까지 저조했던 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이 작년부터 개선됐다"며 "최근까지 현대일렉트릭의 기술 물량 잔고 또는 미국 시장 영업 상황을 봤을 때 이러한 수익 창출력 향상이 일회성보다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내실을 다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이러한 실적 개선이 구조적 흐름인지에 대한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보고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현대일렉트릭 신용도도 긍정적 검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