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금리정책의 부작용 ‘팁 바가지’

입력 2023-08-10 05:00 수정 2023-08-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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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해외 관광객으로 붐비는 그랜드 바자르 지역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값을 치르는 과정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식당 종업원이 팁을 요구해 식사비의 10% 정도를 테이블에 두고 나가려는데, 더 달라며 붙잡은 것이다. 이른바 ‘팁 바가지’였다.

튀르키예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 물가가 치솟으면서 관광객 대상으로 팁을 요구하는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달러·리라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44%가 넘게 올랐다. 그만큼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의 저금리 기조로 튀르키예 물가는 폭등했고, 통화가치는 추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튀르키예를 방문할 당시에도 원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하루 새 10% 가까이 떨어졌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실질 소득은 낮아지게 되는데, 팁은 이러한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결국, 튀르키예 팁 문화는 전 세계 긴축 기조 속에서도 저금리에 집착한 에르도안의 경제정책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인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리라화 가치는 오히려 더 폭락했고, 튀르키예 서민들의 실질 소득은 더 쪼그라들게 됐다.

미국도 최근 인플레이션과 함께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는 팁으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팁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번 암묵적으로 오른 팁이 내려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이 넘는 긴축 끝에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승리하고 ‘경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남미를 중심으로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는 나라도 속속 등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성급함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은행들이 선호하는 물가지표가 최근 안정세를 보인다 해도 여러모로 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가 서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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