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난민, 선진사회의 또다른 국경투쟁

입력 2023-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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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중동등서 유럽행 난민 잇달아
EU,수용분담 두고 회원국간 갈등
내부연대-인권 사이 결정 주목돼

2022년 유럽대륙 이주의 거의 대부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의해 촉발됐다. 그 해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며,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안전처인 유럽연합(EU)으로 향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닿은 EU 국가인 폴란드는 이 해에만 3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을 수용하였으며, 2023년 상반기에도 100만 명의 피난민이 유입됐다. 이외에도 접경 지역인 루마니아, 헝가리로의 피난민 행렬이 이어졌고, 난민 포용성이 높은 독일로 향한 인구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를 선도하는 유럽이 난민 이슈에서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1년간 EU 회원국들은 총 63만여 건의 망명 신청 대부분을 거부했다. 망명신청건 1위 국가인 독일에서 약 20만 건의 신청이 있었고 약 13만 명이 난민의 지위를 얻었으나, 2위 국가인 프랑스부터 망명 허가 비율은 뚝 떨어진다. 이들 망명 신청자들은 정치적 박해와 인권 침해에 맞서 고국을 등지고 선진 사회인 유럽을 향한 터였다.

우크라이나의 피난민이 EU의 동쪽 국경에서 비교적 환대받고 있는 반면, 이외 지역에서 출발한 EU행 난민은 여전히 ‘하나의 유럽’ 슬로건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유럽을 향한 난민은 지중해를 건너거나, 터키 등 동쪽 육로를 통한다. 따라서 위태로운 보트에 목숨을 의지한 채 지중해를 건너 닿을 수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의 관문이 되는 국가들은 밀려오는 난민에 비명을 질러 왔다.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폭증한 난민은 바다를 건너 유럽의 차가운 국경 앞에 도착하거나, 지중해의 비극이 되었다. 2015년 유럽행 난민의 단위가 수백만 명으로 폭증하자, 유럽은 분열됐다. 이민과 난민에 대한 포용 혹은 단호함이 유럽국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로 이동에 많은 제약을 받아 온 난민 행렬은 최근 다시 급증해 유럽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 EU는 유럽의 사회, 문화, 종교적 동질감을 유지하며 유럽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난민 수용을 제어할 것인지, 인권 문제에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유럽의 소프트파워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러한 그럴싸한 고민으로 포장된 문제의 이면에는 당장 내 국경이 위태로운 국가와 그렇지 않은 회원국 간 위기의식의 차이도 존재한다.

EU는 위기 시마다 공동의 대응 정책을 제시했다. 난민 문제에도 EU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2020년 EU 집행위원회는 ‘이민 및 난민 개혁’ 초안을 제안했다. 이 개혁안은 첫째 효율적인 망명 및 귀국 절차 확립, 둘째 연합 내 연대와 공정한 책임 분담, 셋째 제3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개혁안에 따르면 EU는 난민 책임 분담이라는 연대의식의 명문화를 강조하며, 난민 수용을 거부한 국가는 1인당 2만 유로(약 2800만 원)의 기금을 내야 한다. 이들은 연합 내 난민 이슈에 관한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EU는 국경 밖 외부 울타리를 거래해 왔다. 제3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란 망명이 허가되지 않은 난민을 ‘안전한 국가’로 돌려보낼 수 있는 협력을 의미한다.

이는 2016년 EU-터키 난민협약을 거울삼아 EU와 국경을 맞닿은 국가에서 난민을 EU 쪽으로 보내지 않는 데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EU는 이번에도 지중해를 넘기 위해 기착하는 튀니지와 제3국 협력 강화를 추진했으며 10억 유로(약 1조4000억 원)의 지원금과 난민 유입 제어를 합의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튀니지는 체결 바로 다음 날 튀니지 국적자 이외 아프리카 출신 난민자들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을 공표해 버렸다.

EU 이민 및 망명 개혁안은 3년간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다 지난 6월 각료이사회 내무장관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됐다. 난민 수용 거부에 대한 강제 지원금은 논란이 됐으나, 제3국 파트너십에서 난민을 위한 ‘안전한 국가’ 기준을 회원국이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가중다수결(qualified majority voting)을 통해 각료이사회의 입장을 정한 것이다. 해당 투표에서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몰타, 슬로바키아는 기권했고 헝가리와 폴란드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개혁안은 유럽의회의 표결 등 공동입법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유럽이 안으로의 연대와 난민 인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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