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축구공 안쪽의 특허

입력 2022-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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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던 1994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어느 미국인은 내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로 규칙 이해의 어려움을 들었다. 미식축구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오프사이드를 예로 들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보다 앞쪽에서 패스 받을 때 골키퍼를 포함한 상대팀 선수 2명보다 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규정이지만, 실제로는 연결해주는 선수가 공을 차는 그 순간에 수비수와 공격수의 위치를 놓고 수시로 다툼이 벌어지곤 하니 그 모호함이 복잡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영상 보조 심판(VAR)을 채택해도 시비가 남는 건 선수들이 워낙 빨리 움직여 그 순간의 앞뒤 위치를 가리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2대의 카메라로 선수들의 위치 데이터를 초당 50회씩 수집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을 도입하여 오프사이드와 관련한 대부분의 논란을 잠재웠다. 여기에는 월드컵 공인구인 알 리흘라(여정) 안에서 초당 500회나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전자 장치도 큰 역할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인구를 공급하는 아디다스는 안쪽 중심에 정보 송신용 전자장치를 설치한 공을 이미 2004년에 개발하여 독일과 유럽,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등에 특허출원하였다. 움직이는 물체의 관성 정보를 송신하는 기술은 이미 알려졌기 때문에, 핵심은 축구공 내부 중심에 위치한 전자장치가 공이 충격을 받을 때도 그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기술이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이 탑재된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술(SAOT)이 탑재된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 리흘라’.

아디다스는 여기에 더해 축구공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표면에 배열하는 오목점(dimple) 형상과 그 배열구조도 특허로 2021년에 출원하였다. 오목점 배열 역시 골프공 등에서 이미 채택된 상황이어서 딱딱한 공이 아닌 팽창하는 공에 대한 형상과 배열을 특징으로 내세웠고, 2022년 독일에서부터 특허를 얻기 시작했다. 오프사이드 판독기술을 믿은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감하게 수비라인을 올려서 아르헨티나의 득점을 3번이나 무위로 만들었으며, 스페인과 벌인 경기에서 얼핏 선을 넘은 것으로 보였던 공은 끝까지 달려온 일본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독점공급권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여 특허로 독점력을 확고히 하는 아디다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월드컵의 승자다. 이제는 미국인도 축구를 전보다 덜 어려워할 게 분명하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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