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의 노동직설] 민주노총은 뒷골목 노동단체인가

입력 2022-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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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민주노총은 정상적인 상급노동단체로 보기는 어려운 조직이다. 민주노총 내에서 상생과 협력의 노동운동은 어용으로 매도당하고 타협 없는 투쟁만이 대우받는다. 생산시설 무단 점거, 사장실 점거, 고공농성, 비노조원 폭행 등 온갖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민주노총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조직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만 해도 화물연대 총파업을 비롯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점거, 전국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무단점거, 현대제철 사장실 점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불법파업 등이 줄을 이었다. 이들 파업으로 인해 기업들이 입은 손실은 엄청나다. 사업자 신분으로 노조 결성이 불가능한 화물차주들을 화물연대로 묶어 민주노총 산하 조직으로 만들어 집단행동을 부추긴 것은 세계 노동운동사에 그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국 노조들은 불법파업은 물론 합법파업도 웬만해선 벌이지 않는다. 파업을 벌였을 경우 경제적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금속노조를 비롯, 많은 산별노조들이 노조규약에 파업돌입 요건을 75% 찬성으로 규정해 놓음으로써 섣부른 파업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막강 권력을 자랑하는 민주노총은 불법파업만 부추기는 게 아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무조건 반대부터 한다.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근로시간 유연화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의 깃발을 올린다. 계파 간 주도권 싸움과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다 보니 강경파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불참하고 있다. 굳이 정부 및 경영계와 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들이 필요한 것은 언제든 투쟁을 통해 얻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내 강경파들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정부와 자본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여긴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 탈퇴한 뒤 24년 동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 원·하청 간 임금구조 개선 등에 적극 나섰더라면 얼마 전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사태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책임에 둔감하지만 자신들의 이익 찾기에는 무척 민감한 편이다. 2019년 12월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 노총 자리에 등극했다는 정부의 공식 통계가 발표되자마자 민주노총은 최대 상급단체에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고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노동계를 위해 멍석을 깔아놓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다른 정부위원회 위원 수를 한국노총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얘기다. 민주노총의 이런 행태 때문에 “민주노총은 노동운동단체인지 뒷골목 단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저차원적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는 비판이 한때 회자될 정도였다.

문제는 떼쓰듯 벌이는 민주노총의 불법파업이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을 어겨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재산권과 영업권은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하고 노조의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공권력은 웬만한 불법파업에 대해 제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노동계의 반발 등 역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사태 때에도 공권력 투입을 공언했지만 즉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공권력 투입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 등 부작용을 의식한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불법파업은 물론 합법파업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 때문에 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무관용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노조의 불법파업을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이제 민주노총도 경제주체의 한 축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릴 때이다. 게릴라식 불법파업을 즉시 중단하고 국가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을 감안한 노동운동을 펼쳐야 기업도 살고 노조도 살 수 있다. 떼쓰기식 파업을 지속한다면 ‘뒷골목 노동단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upy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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