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닭고기왕국' 하림 익산공장 "하루 40만마리 생산…농장·공장·시장 '3장 통합'이 신선도 비결"

입력 2022-04-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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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익산시의 논밭을 가로지르자 대형 빨간 로고가 박힌 하림 공장이 나타났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총 자산 규모만 12조 원에 달하는 하림그룹의 익산공장이다. 머릿 속으로 상상했던 닭 공장은 닭 냄새, 깃털이 뭉쳐 날아다닐 것 같았지만, 13만5000㎡에 달하는 대한민국 ‘닭고기 왕국’의 본산지는 매끈한 곡선의 하얀 신축공장 건물에 분진 하나 없이 쾌적했다.

▲14일 찾은 하림 전주익산 공장의 입구 전경. (김혜지 기자 heyji@)
▲14일 찾은 하림 전주익산 공장의 입구 전경. (김혜지 기자 heyji@)

지난 14일 종합식품그룹으로 도약을 넘보는 ‘하림공화국’의 전초기지 익산공장을 방문했다. ‘하림 푸드 트라이앵글’이라고도 불리는 이 일대는 하림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닭고기 생산공장 ‘하림닭고기 종합처리센터’를 주축으로 즉석밥, 라면, 육수 등을 만드는 ‘하림 퍼스트키친’, 하림이 1호로 들어선 국가 식품클러스터 단지가 삼각형을 이루며 하림그룹을 떠받치고 있다.

◇일평균 생산 닭 45만 마리…"삼복 땐 100만 마리로 치솟아"

하림은 최고 품질의 신선육을 생산하기 위해 병아리 적부터 닭 키우기에 공들인다. 육종전문회사, 원종계농장으로부터 공수받은 할머니, 할아버지 닭(원종계)이 낳는 알부터 심도있게 관리하는 것이 비결이다. 변광열 하림지주 수석홍보부장은 “워낙 엄격하게 관리되는 곳이라 웬만한 직원도 현장에 못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원종계부터 식탁에 오르는 닭고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째로 관리하는 데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삼장(三場)통합’ 철학이 있다. 농장, 공장, 시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따로 떨어진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묶어 신선하게 닭고기를 관리하겠다는 하림의 경영철학이다. 일명 수직계열화 사업인데 여기에 참여한 국내 육계농가 비율은 94%에 이른다.

▲도계 과정 중인 닭. (김혜지 기자 heyji@)
▲도계 과정 중인 닭. (김혜지 기자 heyji@)

익산 닭 공장에 도계, 육가공 공정이 붙어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반공정이 도계, 육가공 공정 장소가 분리돼 있어 가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비해 하림은 당일 생산된 닭고기 원재료가 즉시 육가공공정으로 이송돼 '용가리치킨', 소시지, 삼계탕 등으로 신선하게 재탄생한다.

신선육 생산을 위해 도계의 첫머리라 할 수 있는 ‘가스스터닝’은 하림만의 방식이다. 보통의 닭들이 전기 충격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면, 하림의 가스스터닝은 이산화탄소 주입을 통해 닭을 기절시킨다. 사실상 평온하게 잠든 상태인데 최대한 덜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도계하기 위한 하림만의 방편이기도 하다. ‘잠든 닭’은 전기충격일 때보다 잔여 혈액이 적어 육질도 좋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에어 칠링을 마친 닭. (김혜지 기자 heyji@)
▲에어 칠링을 마친 닭. (김혜지 기자 heyji@)

발가벗겨진 닭들이 고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돌아가는 라인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몸이 추워졌다. 실내 온도를 8℃로 고정한 해당 작업장에선 분홍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바쁘게 닭을 나르고 있었다. 죽은 닭들은 빠르게 얼려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하림의 ‘에어칠링’(공기냉각)이다. 닭의 체온은 41℃로 사람보다 높은데, 도계 후 세균 증식 등을 막기 위해 2℃로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갓 에어칠링한 닭을 직접 만져보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림 익산공장 투어 도슨트는 “일반 닭들의 공정은 소위 워터칠링을 이용하는데, 물냉각 방식이다. 이렇게 물먹은 닭은 7~8㎏까지 나가면서 추후 육즙이 다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라면서 “하림은 공기냉각 방식으로 최장 7㎞에 달하는 레일에서 닭들이 200분 동안 돈다. 신선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하림 육가공 제품들. (김혜지 기자 heyji@)
▲하림 육가공 제품들. (김혜지 기자 heyji@)

이렇게 도계 과정을 거쳐서 하루에 익산 닭공장에서만 생산되는 닭고기만 약 40만~45만 마리다. 일평균 약 20만~25만 마리를 생산하는 정읍 공장까지 합하면 도합 70만 마리의 닭이 생산되는 셈이다. 김용호 하림그룹 홍보실장은 “삼복 시즌이 되면 생산량이 하루 100만 마리까지 치솟는다”라면서 “아마 이곳에서 평생 볼 수 있는 닭은 다 볼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장인라면ㆍ즉석밥 생산하는 '퍼스트키친'

▲'퍼스트키친' 식품공장 입구. (김혜지 기자 heyji@)
▲'퍼스트키친' 식품공장 입구. (김혜지 기자 heyji@)

익산 닭공장으로부터 자동차로 10분을 달리자 공장 3개 건물이 나왔다. 하림의 식품공장 '퍼스트 키친'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주역 이정재를 모델로 한 ‘장인라면’을 비롯해 닭 원재료를 활용한 육수, 만두, 즉석밥이 만들어진다. 요리(쿠킹)는 하림그룹이 식품공장 ‘퍼스트 키친’에서 할 테니 집에 있는 부엌은 ‘세컨드 키친’으로 두라는 하림의 큰그림이다.

콘셉트는 ‘장인’을 앞세운 프리미엄 지향이다. 프리미엄의 근간은 사측의 핵심 무기이기도 한 닭 육수다. 프리미엄 콘셉트를 바탕으로 'The미식' 브랜드의 장인라면은 ‘담백한 맛’, ‘얼큰한 맛’ 2종이며 앞으로 짜장라면 등으로 제품군이 확대된다. 즉석밥 역시 기존 하림순밥을 단종시키고 'The미식' 브랜드 산하의 즉석밥으로 통합시켰다.

K1 공장에서 국,탕,찌개류와 같은 가정간편식(HMR), 만두, 냉동밥류, 핫도그 등 냉동식품, 닭 육수를 활용한 육수류, 조미료가 생산된다면 K2, K3 공장에선 액상스프와 ‘더 미식 브랜드’ 산하의 미식라면과 즉석밥이 만들어진다.

하림 면 공장 생산 고문위원은 "하루에 OEM 유탕면을 비롯해 미식라면 건면까지 1만 8000봉 상당의 라면이 생산되고 있다"라면서 "미식라면의 경우 올해 라면 점유율을 최대 2~3%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더미식 즉석밥 (김혜지 기자 heyji@)
▲더미식 즉석밥 (김혜지 기자 hey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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