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거대 양당의 특권, 정당보조금

입력 2022-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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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당보조금을 폐지하고 유권자들에게 정치바우처 5000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지난 대선후보 토론 때 한 소수정당 후보가 제시한 바 있다. 정치개혁 논의가 있을 때마다 거대 양당 특권의 상징으로 정당보조금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정당들의 보조금 불법 사용 실태가 드러날 때에는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당보조금 예산은 1432억 원으로 지난해 463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되었다.

정당보조금에는 분기마다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선거 때마다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이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경상보조금 463억 원 중 더불어민주당이 211억 원, 국민의힘이 185억 원을 지급받은 반면 정의당은 31억 원, 국민의당은 14억 원, 나머지는 그 외 소수정당에 돌아갔다. 선거보조금도 마찬가지로 지난 19대 대선 선거보조금은 421억 원으로 더불어민주당 124억 원(29.3%), 자유한국당 120억 원(28.4%), 국민의당 87억 원(20.6%), 그 외 소수정당 순으로 배분되었다. 정당보조금은 보조금 총액의 50%를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우선적으로 균등 배분되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거대 양당에 양분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재 우리 정당 구도는 양당 체제이다. 정당의 다원체제를 위한 정치적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선, 총선 등을 통해 다시 양당 체제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양당 체제를 구축하는 데 정당보조금도 한몫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체제는 승자독식의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대결의 정치는 다양한 사회 갈등을 통합하지 못한 채 국민들로부터 정치 무관심, 당원들의 참여 부재를 낳고 있다. 정당의 다원체제를 구축하여 정치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보조금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1980년 신군부가 만든 임시입법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정경유착 차단과 정당의 건전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당보조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야당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때 마련된 정당보조금의 ‘교섭단체 우선 균등배분’ 원칙은 40여 년간 유지돼 온 정치 기득권이다. 그동안 시대와 정치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한 반면, 정당보조금 제도는 여전히 구시대가 요구한 정치 부패방지라는 기능만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당보조금은 거대 양당 중심의 특혜성 보조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시대에 발맞춰 정당 정치의 다원성, 민주성, 참여성 등 정당민주주의를 배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정당보조금과 관련하여 중요한 결정을 한 바 있다. 현행 정치자금 공급구조가 군소정당에 불리한 측면이 있음을 언급하고, “거대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에 의존하여 운영됨으로써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가중되고 일반 국민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며 국고보조금의 배분·지급 구조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는 헌법 제8조의 의미는 비단 다수 의석수를 가진 정당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의 발전과 연동하여 정당보조금의 발전 과제를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외생적 발전과제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한 정당 스펙트럼의 확대이고, 내생적 발전과제로는 당원을 중심으로 한 정당 민주주의 실천이다. 즉 정당정치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당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독일에서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 시 적용하고 있는 이른바 매칭펀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득표율과 소액 당비 및 정치후원금을 연동하여 산정하는 방식인데 민심과 당심에 대한 정당의 대응성,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보조금 총액의 50%를 우선 배분하는 현 제도를 폐지하고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득표율을 배분 기준으로 삼는 게 유권자의 정치참여 활성화 측면에서 더 긍정적이다. 또한 당비 및 후원금 납부액 등과 연동한 지급 방식으로 전환하여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과 재정적 자구 노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당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한다. 국민은 정당의 수입 중 국고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예산의 낭비라고 볼 것이다. 더욱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에 국고보조금이 과다하게 배분될 때 그러한 부정적 인식은 심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보조금 제도는 정치개혁의 마중물이 되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대선의 정치개혁 의제에 정당보조금의 배분 방법이 포함되어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의 형평성, 유권자의 정치참여 효과 등을 고려한 적실성 있는 대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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