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집행 되지 않는 유언이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2-02-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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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을 해서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 줄지 정한 다음, 정성 들여 유언장을 작성했지만, 유언자가 죽은 뒤 유언장 내용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유언장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유언하는 사람은, 죽은 다음 유언장 내용대로 잘 집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유언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첫째 아들에게 남긴다는 자필 유언을 했다고 생각해 보자. 유언자가 죽은 다음 첫째 아들이 유언장 내용대로 아파트를 상속받으려면, 유언장을 가지고 유증 등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을 가지고 유증 등기를 하려면 법원에 유언검인 신청을 해서 검인을 받아야 한다. 유언검인은 법원이 유언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절차인데, 유증 등기를 하려면 유언검인 절차 이후 법원에서 작성해준 유언검인조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한다.

만일 재산을 받지 못한 둘째 아들이 유언장 내용에 불만을 품고 유언검인 절차에 출석해 “유언장 글씨는 아버지 필체가 아니다. 유언장에 찍힌 날인은 아버지 도장이 아니다”라고 진술해서 유언검인조서에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다면 문제가 생긴다. 첫째 아들이 유언검인조서를 발급받아 등기소에 제출해도 등기소에서 등기를 해주지 않는다. 이때는 첫째 아들이 둘째 아들로부터 ‘유언 내용에 따른 등기 신청에 이의가 없다’는 진술서를 받아 등기소에 제출하거나, 둘째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유언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경우 유언 내용대로 등기를 하는데 필요한 진술서를 둘째 아들이 작성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대부분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게 된다. 이처럼 첫째 아들에게 아파트를 준다는 유언을 남기더라도 유언을 집행하는 단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은행 예금의 경우에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유언자가 가지고 있던 몇억 원 정도의 예금을 첫째 아들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유언자가 사망한 다음 첫째 아들은 유언장을 은행에 가지고 가 유언자가 남긴 예금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자의 예금을 인출해 주지 않고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한다. 은행마다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금융기관에서 이와 같이 처리하고 있고, 특히 인출해야 할 예금 금액이 클수록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상속인들이 협조를 해주면 좋겠지만,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불만을 품고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면 예금을 인출하기 어렵고, 이러한 경우 첫째 아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보통 예금을 공탁해 버리는데, 첫째 아들은 복잡한 소송을 통해 예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러한 은행의 업무 처리는 법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은행은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유언 집행에 매우 비협조적이다.

이처럼 유언을 집행하려면 다른 상속인들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재산을 받은 상속인은 상속세 납부 등의 문제로 당장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재산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협조에 대한 대가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유언을 할 때 나중에 유언이 잘 집행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를 유언으로 남기려고 하는 경우에, 만일 자필 유언이 아니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면 앞에서 설명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예금을 남기려고 할 때에는, 신탁 같은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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